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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드라마 〈직장의 신〉은 끝났지만 저항의 스토리는 계속된다

입사 16년차 직장인인 나는 최근 드라마 〈직장의 신〉에 푹 빠져 있었다. 한 달 한 달을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는, 나와 처지가 비슷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드라마 주인공 미스 김이 상사에게 대놓고 막말하는 것을 보면 답답한 속이 후련하게 뚫렸다.

나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하는 인물은 지방대 출신으로 스펙도 변변치 않은 3개월짜리 계약직 24살 정주리다. 학자금 대출 독촉 전화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집세다 뭐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컵라면이나 분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정주리의 연봉은 고작 1천2백만 원. 정주리는 이 땅의 숱한 젊은이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드라마 속 Y장이라는 대기업의 한 부서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만큼 많다. 책상을 나란히 하고 함께 일하지만 5년차 정규직 연봉은 4천만 원으로 비정규직(계약직) 평균 임금보다 2천만 원 이상 많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지 비정규직 차별과 설움만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경쟁 압력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자 때론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도 악행을 해야 하는 정규직의 모습도 그린다.

“내 의자 잃는 것보다 괴로운 건 동료를 잃는 것”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은 ‘힐링’ 드라마 <직장의 신>의 한 장면.

절친한 동료가 관리자에게 찍혀 좌천될 위기에 놓이자 모르는 척 눈감으려는 팀장 장규직에게 우리의 주인공 미스 김은 따끔하고 울림있는 한마디를 날린다. “직장에서 의자를 잃는 것보다 더 괴로운 건 동료를 잃는 것입니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갑자기 쌍용차와 현대차 노동자들이 생각나서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최근 이 드라마를 본 많은 네티즌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이란 미스 김 말대로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생존’을 나누는 곳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런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도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리 회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고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고 밟고 올라서게 만들어도 말이다.

〈직장의 신〉은 끝났지만 진정 나에게 힘이 되고 ‘힐링’이 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이 신문 〈레프트21〉 속에 등장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어깨 걸고 고용주에 맞서 용감하게 전투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소식 말이다.

이 안에는 허구가 아닌, 현실에서 저항하는 진정한 ‘직신’들의 진짜 ‘쌩얼 라이브 리얼 액션 스토리’가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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