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5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국회 통과가 무산된 국민연금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노무현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홍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더 많은 부담, 더 적은 혜택”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3월 31일 연기금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19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연기금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를 문제라고 여긴다. 또, 자기가 낸 보험료가 몇십 년 후까지 제대로 있을지도 불안하다. 실제로, 지금도 이런 불만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왜곡해, “적게 내고 많이 타는” 구조가 문제라며 개정을 주문했다.
이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저항”에 직면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연금 개혁을 시도하려다가 [노동자들의 거대한 저항에 부딪혀] 정부가 무너진 일”을 경고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7년 노동자 투쟁의 성과로 1988년에 도입됐다. 노동자들의 경우 연금보험료의 절반은 기업주들이 내도록 돼 있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연금 개악에 반대한 이유는 보험료 인상이 기업주들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사장들은 보험료를 인상하지 말고 연금수급액만 대폭 낮추라고 요구했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한 대가로 퇴직 후에도 일정 수준의 소득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국민연금 제도다. 여기에는 노동자가 죽은 뒤 그의 가족의 생계를 위한 유족연금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오히려 정부가 민간연금(사보험)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데 있다. 또,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에서 제외돼 있거나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내도록 돼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민주노총이 올바르게 주장하듯이, 노동자들은 국민연금 개악에 맞서 정부와 기업주들이 더 많은 돈을 내도록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1995년 프랑스에서, 그리고 2003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대중 투쟁을 벌여 복지 삭감을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을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