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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이화인’ 수상자 선정에 부쳐:
우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자랑스럽지 않다

이 글은 5월 31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화여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이다.

학교가 ‘제 15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선정했다. “성공한 경영인이자 남북 경협사업을 통해 민족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이유다.

정경유착

현대그룹이 대북 경협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남북 화해와 교류를 바라는 사람들 중 일부는 현대그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 자본의 이윤을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였을 뿐이다.  

경협사업 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부정부패가 동원됐다. 이것이 2003년 대북송금 사건의 본질이었다. 냉전 시절부터 북한과 수없이 비밀 접촉을 해 온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대북송금 비난은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웠지만, 진보의 눈으로 봐도 대북송금비리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부의 비호 아래 대북 사업권 독점을 대가로 북한에 4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비밀 송금했고,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국가정보원 계좌를 빌려 주는 등 현대그룹을 위해 특혜를 제공했다. 현대는 정부가 특혜를 준 대가로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었다. 이런 비밀 거래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집권당의 정략적 수단이 돼 버렸다.

남북 경협사업은 ‘민족의 이익’으로 표상되곤 하지만, 현대그룹이 대북 경협사업에 뛰어든 진정한 이유는 북한 노동자를 싼 값에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최저임금(2011년 기준 63.8달러)은 한국 시화공단(8백31달러)의 1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은 노동 3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물론, 개성공단 철수까지 감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박근혜 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착취 현실을 눈 감거나 미화할수는 없다.

노조파괴

현대그룹이 ‘민족 화해’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현대그룹은 같은 민족인 남한의 노동자들에게는 폭력적이었다.

정주영 전 회장이 창립한 현대그룹의 역사 자체가 일제와 군사 독재에 대한 아첨, 정경유착 부패, 노동자 탄압, 세습 족벌 경영으로 얼룩진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역사다.

정주영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때문에 가능했다. 정주영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노조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1989년에는 노조 파괴 청부업자를 고용해 노조원들에 대한 식칼 테러를 자행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런 정주영의 피묻은 재산을 물려 받아 권력을 누리고 있고, 정주영을 추앙하면서 “현대 DNA”를 계승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문제로 지난해 11월에 검찰에 고소당하기까지 했던 장본인이다. 노조 와해 방안을 논의한 현대그룹 최고위급 임원들의 회의 녹음 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노조 위원장을 ‘총대 메고 죽일 것’, ‘노조위원장에게 경제적 부담이 큰민사소송을 걸어 물질적인 압박을 줘야 한다’ 등 온갖 노동탄압 수법이 논의됐다.

게다가 검찰은 올해 초 현정은 회장 측근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다른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막강한 권력을 쥔 ‘슈퍼 갑’이다.

따라서 ‘갑’의 횡포에 분노하는 이화인들은 현정은의 수상을 환영할 수 없다.

‘자랑스럽지 않은’ 이화인들

2008년 5월에도 학교당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 김윤옥에게 ‘자랑스러운 이화인 상'을 수여하려고 했다.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최고조에 이른 때였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내조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는 여성차별적인 이유도 들었다. 당시에 많은 학생들이 김윤옥 방문 반대 시위를 벌이며 항의했다.

최근에도 학교당국은 소득이 수천만 원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딸에게 ‘가계곤란장학금’을 주며 권력에 아부했고, 수억 원 탈세 의혹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한만수 교수를 여전히 채용하고 있다.

우리는 현정은 회장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권력에 아첨하는 학교당국의 부정의한 태도 역시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5월 31일

노동연대학생그룹 이화여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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