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6월 5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화여대모임이 발표한 성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활란 동상 철거 퍼포먼스가 제안돼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당신이 이곳에 있음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김활란 내려오고 유관순을 올리자’ 등 이화인들이 직접 쓴 포스트잇들이 김활란 동상을 뒤덮었다. 반면 학교는 그날 오후 포스트잇을 떼버리고 동상에 물세척까지 했다.
한편 31일에는 국사편찬위원회가 한 교과서 출판사에게 김활란 동상 사진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화여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화여대 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친일파의 동상이 학교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김활란의 친일 행적은 수많은 글과 강연 기록으로 남아있다.
김활란은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불리지만 이화여대의 전신인 이화여자전문학교 학생들에게 위안부를 독려했던 자다. 본격적으로 일제의 침략전쟁이 시작되자 자신의 이름을 ‘아마기 가쓰란’으로 바꿨고, 조선 노동자들의 강제 징집령이 떨어지자 “이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징병제라는 커다란 감격이 왔다”며 “귀한 아들을 즐겁게 전장으로 보내는 황국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뿐만 아니라 전쟁 말기에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기독교 학교였던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십자가를 치우고 찬송가를 금지시키는 대신 일본 신을 숭배하는 신단을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런 지독한 친일파에 대해 이화여대가 “22년 동안 이화를 이끌어 가면서 일제의 탄압(을) 헤치며 이화를 성장시”켰다고 평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녀는 일제의 일부가 되어 평범한 조선인을 ‘해친’ 장본인이다.
최근 동아시아 갈등 고조 속에서 군사 대국의 ‘옛 영광’을 다시 누리려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 퍼레이드를 보면, 학교 안에 김활란 동상이 버젓이 서있는 것이 더 화가 난다.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망언을 일삼았고, 우익 정치인 하시모토는 “위안부는 강제동원 되지 않았다”고 날뛰다가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다.
학교는 김활란의 세례명을 따 ‘헬렌관’을 짓고 ‘우월 김활란 21세기 장학금’을 제정하는 등 김활란을 미화하고 추도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남긴 역사를 부끄럽게 여긴다. 학교는 ‘황국신민’ 김활란의 동상을 당장 철거하라!
6월 5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화여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