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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퍼주며 노동자 쥐어짜는 박근혜
철도·가스 민영화 추진 중단하라 / 진주의료원 폐업 말고 국립화하라 / 시간제 확대 말고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라

취임 1백 일을 지나면서 박근혜 정부가 반노동·친재벌 본색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고용률 70퍼센트”를 내세우며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게 시간제인데 말이다. 저질 비정규직 일자리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공약 이행 계획이라며 내놓은 ‘공약가계부’도 문제투성이다. 전체 예산 1백35조 원 중 국방 예산은 애초 공약보다 대폭 늘어난 반면(17조 4천억 원), 복지 관련 재정은 사실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복지 재원을 마련할 방안도 대책이 없다. 2008년 이래 경제 성장률이 줄곧 2퍼센트 후반대인데도 내년부터 2017년까지의 경제 성장률을 4퍼센트로 전제하고 예산을 짰다. 그러면서 민간투자사업 확대, 즉 민영화로 세출을 절감하겠다고 한다.

박근혜가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깊어가는 경제 위기와 관련 깊다.

최근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며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기반인 자본가들도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전경련은 ‘증세 논의’, ‘과도한 기업 규제’, ‘반기업 정서’ 등을 들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엑소더스(대탈출)” 가능성을 협박하고 나섰다. 자기들의 기득권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가 ‘재벌 퍼주기’와 노동자 공격을 밀어붙이려면 이를 뒷받침할 동력이 필요하다. 최근 박근혜 지지율이 60퍼센트를 넘어서 상승하고 있다는 발표는 마치 그런 동력이 생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박근혜 대북 정책을 중심으로 한 우파들의 결집과 대안 부재의 정치 상황 때문일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11퍼센트인데, 이러다 한자리 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박근혜·비민주당의 공백을 흡수하려는 안철수의 기회주의적 행보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위기 심화를 피하곤 하지만, 모순과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호민관’

CJ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 조사가 계속되면서 온갖 부패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도 폭로됐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 구속을 둘러싸고 검찰과 법무부가 힘겨루기를 하며 국가기구 내부에서 균열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악재와 균열 탓에 취임 1백 일 동안 막상 박근혜가 제대로 추진한 일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오죽하면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며 취임 1백 일 공식 행사도 잡지 않았다.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고작 18퍼센트다. 역대 최저 수치다. 오죽하면 전통적으로 여당과 정부 간에 이뤄지던 당정협의를 민주당과도 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도 민주노총이 빠진 데다가 한국노총 내 금융노조 등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반의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선 것도 시사적이다. 반핵버스가 밀양으로 내려가는 등 지지와 연대가 확산되면서 박근혜는 일단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가 주춤거릴 때를 이용해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서히 시작된 투쟁을 더 뜨겁게 재벌 퍼주기, 노동자 쥐어짜기를 시도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단결·집중된 투쟁이 필요하다. 4월 15일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 ⓒ이윤선

지금 여기저기서 비정규직 투쟁과 민영화 반대 투쟁 등 노동자 투쟁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이 투쟁들이 더 뜨겁게 타오르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우리 내의 분열이 보이면 그 틈을 더욱 벌리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준비되고 있는 투쟁들에서 노조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단결은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

운동의 힘을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개약진하기보다는 투쟁을 한 데 모아 전진하는 것이 지배자들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데에 더 효과적이다. 6월부터 예고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건설노동자 파업 등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벌어진다면 정부로서도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노동운동은 부문주의를 벗어나 작업장을 뛰어 넘는 정치적 관점으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남북 회담 등의 문제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며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깊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고통 분담 없이는 경제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중앙일보〉)며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 그리고 가장 앞장서 싸우는 조직 노동자들을 나머지 더 열악한 사람들과 대립시키려 한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급은 러시아 혁명가 레닌의 말처럼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의 호민관으로 나서서 투쟁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부의 폭력에 맞서는 터키 민중과 연대해 총파업에 나선 터키 노동운동은 우리의 갈 길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