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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전문강사 투쟁:
“우리는 잡초처럼 짓밟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도입한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 제도로 채용한 강사 수백 명이 오는 8월에 일제히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대통령 시행령에 따라, 한 학교에서 중복 근무가 가능한 4년의 기한이 끝나기 때문이다.

6월 1일 공공부문 노동자 집회에서는 영전강들도 참가해 고용안정을 요구했다. 이 글은 8월 해고 위기에 처한 김권희 영전강협의회 부대표의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6개월 후 그리고 1년 후에 전국의 6천 영전강은 모두 해고될지도 모릅니다.

62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장학사 말만 믿고 영전강이 됐습니다. ‘4년 한시’니, ‘영전강은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직종’이라는 시행령 따위 어느 누구한테도 들어 본 적 없었습니다.

하다 못해 약국에서 연고를 하나 사도 주의 사항과 부작용을 설명해 줍니다. 합격 후 연수 가서 장학관이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뭔지 모르겠지만 꼼수가 있다는 걸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 11월 대전에서 만난 영전강 4명이 씨앗이 돼 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여기까지 오는 데 4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해마다 계약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 때문에 부당한 처우에도 말 한마디 못 하고 그저 ‘예스맨’이 돼 숨죽이며 참아야 했습니다.

일할 때는 교사라고 치켜세우며 수업도 일도 많이 시키더니, 상여금이나 각종 혜택을 받을 때는 비정규직 취급하며 늘 예외였습니다.

4년 동안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70점 이하면 해고라는 어이없는 교원평가에 시달리면서도 참고 또 참았는데, 이제 와서 다른 학교 가서 공개 채용에 다시 응시하랍니다.

그나마 잘 봐줘서 같은 학교에서 신규 채용에 재응시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답니다.

연막

이게 무슨 개 풀 뜯는 소리입니까. 대한민국 어느 직종이 3차에 걸쳐 시험 보고 채용됐는데, 해마다 평가받는 것도 부족해서 4년마다 또다시 채용 시험 본답니까.

교육부는 ‘8년 연장안’이니 뭐니 떠들며 영전강의 고용안정을 위해 애쓰는 척 연막을 치더니, 이제야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찮은 고스톱판에도 “낙장불입”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하물며 영전강 6천 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8년 연장안이라는 패를 꺼내 보여 주고 해 줄 것처럼 놀리더니,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영전강 제도 만들 때는 거창하게 떠들어 대더니 임기 말에 우리를 내팽개치고 줄행랑쳤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이 만든 제도가 아니니 관심도 없답니다. 비정규직 눈물을 닦아 줄 것처럼,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몽땅 정규직화해 줄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비정규직 쓸어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지들이 만들어 놓고 모르는 척하며, 대통령 시행령 때문에 영전강은 무기계약직 전환이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도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법안 만드는 데 그런 노력을 쏟으셨으면,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법대로 2년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면 될 텐데, 굳이 악의적인 시행령을 만들어 영전강만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직종으로 규정해 놓은 저의가 무엇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나쁜 짓 하셨으니 지옥 가는 예약권 맡아 놓으신 겁니다.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당신들 눈에는 피눈물 나는 날이 꼭 올 겁니다.

6월 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보장! 무기계약전환을 촉구하는 2차 전국 집중 결의대회’ ⓒ이미진

교육부는 악의적인 시행령 42조 2항[학교장 계약 조항]과 5항[한 학교 4년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당장 영전강 6천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영전강이 잡초처럼 보여 짓밟고 있지만 곧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윽한 향기 품고 조용히 피어나는, 아름답지만 강한 한 폭의 난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아직도 이 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모든 영전강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그날까지 미친 듯이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