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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임금이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는 최근 통상임금 문제에서 노골적으로 자본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30일 정부·경총·한국노총이 합의한 ‘고용률 70퍼센트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도 임금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직무-성과급제 도입’, ‘임금 인상 자제’ 등을 강요한 것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도 열어 뒀다.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대한 끌어내리려는 압력이 항상 작용한다. 임금을 깎을수록 자본가들이 챙겨 가는 몫인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자연스레 임금을 삭감하거나 최소한 동결하려는 욕망을 갖는다.

자본가들의 도둑질에 맞서는 임금인상 투쟁 2013년 5월 8일 최저임금 투쟁 결의대회. ⓒ이미진

이윤을 향한 이 탐욕은 최근의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거의 광란 수준으로 나가고 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이윤만 보장된다면 자본은 모든 법을 유린할 준비가 돼 있으며, 범하지 않을 범죄가 없다.”

자본가들은 흔히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고 주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노동자가 노예나 농노처럼 강제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는 자신의 고용주를 고를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자본가에게 고용돼 일한 후에 월말에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임금은 일한 양에 비례해서 지급받는 ‘노동의 대가’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결근하면 덜 받고, 잔업과 특근을 하면 더 많이 받는 식이다.

그래서 겉만 보면 노동자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진실일까?

마르크스는 임금이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고 주장한다. “마치 자본가는 돈으로 노동자의 노동을 사고, 또 노동자들은 돈을 받고 그에게 자신의 노동을 파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다. 그들이 돈을 받고 자본가에게 파는 것은 자신의 노동력이다.”(칼 마르크스, 《임금노동과 자본》)

마르크스의 출발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 즉 노동력도 다른 여느 상품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사고팔린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는 데 필요한 기계, 공장 같은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가 생계를 꾸리려면 생산수단을 갖고 있는 자본가에게 고용돼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노동력

자본가는 노동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노동자에게 돈을 지불하는데, 이것이 바로 임금이다.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지, 또는 임금 형태가 시간급인지 성과급인지 등은 관계없다. 노동의 성격과 무관하게, 노동자는 모두 임금을 받고서 노동력을 판다.

그리고 임금은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새롭게 충전(재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즉, 노동자가 입고, 먹고, 마시고, 스트레스를 풀면서 다시 일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임금이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계속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화폐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결정적 측면에서 노동력은 다른 모든 상품들과 다르다. 노동력은 가치를 창조한다. 즉,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은 노동력 생산에 필요한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한다. 마르크스가 ‘잉여가치’라고 부른 그 차이는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모든 이윤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예컨대, 노동자들이 하루 10시간을 일할 때 5시간은 자신을 위해 일하지만 나머지 5시간은 자본가를 위해 일한다.

이처럼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 전체가 아니며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다를 뿐 아니라 정면 충돌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늘어날수록 자본가들의 이윤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기본급, 성과급, 직무급, 상여금 등의 복잡한 체계들은 이런 실체를 가리곤 한다.

결국 임금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문제는 결국 투쟁하는 쌍방의 세력 관계 문제로 귀결된다.”(칼 마르크스, 《임금, 가격, 이윤》)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을 쟁취한다면,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한 결과다.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점점 더 작아진다. 우리 주위의 현실을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이 점은 명백하다.

노조가 있는 작업장과 없는 작업장, 단결과 투쟁의 전통이 있는 작업장과 없는 작업장을 비교해 보라.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은 단결된 힘으로만 임금과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 있다.

물론 임금 인상 투쟁이 임금제도, 즉 노동자들에게서 이윤을 뽑아내는 착취 제도를 철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투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한다. 직장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오랫동안 일하는 노동자가 정치와 사상, 조직 등을 고민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임금 인상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단결과 연대 의식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힘은 노동자들이 임금 착취 제도 자체를 철폐할 수 있는 자신의 힘을 깨닫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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