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도피처 ─ 탈세·불법 증여·비자금 조성의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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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지난해 입수한 1백70개국의 국외 조세도피자 12만여 명의 명단과 그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4월부터 폭로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정치인, 기업가, 독재자의 가족들, 무기 거래상, 유명 연예인 등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한국 부자들과 독재자의 자녀도 예외가 아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백45명이다.
여기에는 전두환의 장남이자 출판사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화그룹, SK그룹, 대우그룹의 전·현직 사장들이 포함돼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진 등 국내 대기업 24곳이 조세도피처에 총 1백25개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도피처와 페이퍼컴퍼니는 단지 부자들의 부를 몰래 숨기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부자들과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탈세를 하고, 부를 세습하며, 비자금을 형성하는 도구다.
이렇게 형성한 비자금의 일부는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다.
경제 위기하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 간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특정 산업이나 업종의 개별 이익을 보호받고자 특별 입법이 늘어나고, 정부의 인·허가나 특혜를 받아내려는 로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비자금의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인들은 권력이 총구뿐 아니라 금맥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자들과 고위 정치인들은 공범관계로 얽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