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후쿠시마 이후의 삶》:
핵발전과 핵폭탄은 샴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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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리 복마전 속에서 불량 제품을 사용한 것이 밝혀져 핵발전소(이 책은 ‘원자력’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글에서는 좀 더 정확한 뜻으로 ‘핵’이라 하겠다) 가동이 무더기로 중단됐다.
불량 부품으로 밝혀진 제어케이블은 사고 발생시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2008년부터 핵발전소 여섯 곳에서 이 불량 부품이 사용되고 있었다. 정말 아찔하기 짝이 없다.
이 위험천만한 핵발전소가 꼭 필요한 것일까?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극적으로 던진 이 질문에 답하려고 세 명의 학자(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가 좌담을 했다. 이 책은 그 논의의 결과물이다.
각각 역사, 예술, 철학을 전공한 세 학자는 핵발전소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핵폭탄, 민주주의, 동아시아 현대사 등의 주제를 결합시켜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세 저자는 ‘핵 마피아’라는 소수 집단의 이익 때문에 광범한 일반 대중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 관료, 재계, 학계 그리고 미디어”의 유착과 상호 의존을 통해 핵발전(더 나아가 핵무기까지)을 옹호하고 확대한 것이다.
특히, 국가의 구실이 중요하다. 이 책은 국가가 중립이라거나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핵 마피아’의 일부라는 것을 폭로한다.
핵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핵발전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기도 하다.
이것은 밀양에서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핵발전소 가동을 위한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나, 핵발전소 관련 비리 사건이 반복적으로 터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핵 마피아’들은 왜 핵발전에 집착하는가? 그 이유는 일본에서 핵발전 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나카소네 야스히로라는 상징적인 정치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해군 장교였는데, 히로시마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히로시마의 핵폭탄 구름을 보았을 때 앞으로는 핵의 시대라고 생각했다.”
그 핵폭탄 구름 아래 피폭 당한 사람들이 지옥 같은 경험을 할 때, 나카소네는 끔찍하게도 핵폭탄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나카소네는 핵발전 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핵 마피아
나카소네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 간사장 이시바 시게루는 핵발전소가 핵무기를 만들 잠재력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 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는 미국의 패권 전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평화를 위한 핵무기 보유’라는 명목으로 핵 기술을 수출했다. 우방 일본의 영향력이 동아시아에서 커지길 바란 것이다.
이렇듯, 핵발전과 핵폭탄은 그 탄생부터 샴쌍둥이처럼 한몸뚱이로 태어났다.
미국은 자신의 우방들에게 핵을 전파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포함해 각국 지배계급의 핵무장 야욕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 사고 후 중단된 핵발전소 대부분을 다시 가동하려 하고, 현재 핵발전소 23기가 있는 한국도 5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박근혜 정부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미국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터키 등에 핵발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지배자들은 패권 경쟁에 정신이 팔려 전 지구를 핵으로 뒤덮으려고 한다.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풍력에너지는 안전할 뿐 아니라 핵발전보다 단가도 싸다. 화력발전이나 핵발전보다 온실가스도 적게 배출한다.
불량 부품 때문에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해 전력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현재 상황은 어처구니가 없다.
핵발전소 가동을 영원히 중단하고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저자들은 핵발전 문제뿐 아니라, 현대사를 돌아보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한다. 아쉽게도 이 책이 우리에게 일관된 대안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찾고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