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우리는 살던 데서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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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잠시 주춤한 정부와 새누리당, 한전은 다시 송전탑 건설을 강행할 수순을 밟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7월 7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는 탈핵 희망문화제 “우리가 밀양이다”가 열렸다.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밀양, 청도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탈핵, 환경 사회단체들과 시민 약 6백여 명이 모였다.
이 날 모인 이들을 가장 분노케 한 것은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전문가 협의체’의 파행이었다. 송전탑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은 밀양 주민들이 8년 간 치열하게 싸운 끝에 극적으로 얻어낸 소중한 성과였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추천한 전문가 위원 3인은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한전한테서 받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것으로 드러나 전문가 협의체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전 측 전문가 위원들이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공신력 있고 양심적인 협의체와 사회적 공론화 기구가 재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밀양 주민들에 대한 보상에 관한 내용을 담는 소위 ‘밀양법’ 입법 논의가, 송전탑 문제를 보상금 문제로 끌고 가 주민들의 진의를 왜곡하고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꼼수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백지화
이들은 “우리는 살던 데서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보상을 바란 적이 없다” 하며 송전탑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자고 요구했다. 연단에 오른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아무 규제 없이 발전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전원개발촉진법이야말로 진정한 ‘밀양법’”이라며 이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환호를 받았다. 장하나 의원은 “나는 (송전선) 지중화에 관심이 없다”며 송전탑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했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뇌물을 받고 신고리 원전에 위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눈 감아 줬다가 적발된 사건을 언급하며, 신고리 원전 자체가 재가동돼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로 송전하기 위한 밀양 송전탑도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호응을 얻었다. 김 의원은 ‘핵 마피아’들의 비리의 고리를 바로 밀양 주민들이 끊고 있다며 밀양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 협의체의 구성 시한이 종료되는 7월 8일을 기해 보고서가 제출되면 11일부터는 국회 산업위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밀양과 청도 주민들은 11일 다시 한 번 상경해 국회를 압박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밀양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밀양 주민들의 운동에 더 광범한 연대를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를 주로 쓰는 도시의 평범한 주민과 노동자 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리보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태의 원흉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이 운동은 위험천만하고 비리투성이인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풍력·태양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