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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아나키즘은 왜 매력적이지만 한계가 있는가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존 몰리뉴 지음, 이승민 옮김, 책갈피, 240쪽, 10,000원 ⓒ도서출판 책갈피

민주주의를 뉘 집 개처럼 취급하는 국정원이나 이를 감싸는 경찰, 검찰 등을 보면 국가기관은 모두 믿을 수 없고 기성 정치인들은 죄다 썩었다는 게 드러난다.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진보정당도 지난해 위기와 분열 속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인 게 사실이다.

운동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김을 빼는 노동조합 지도부나 개혁주의 지도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국가, 정당, 지도를 거부하는 아나키즘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나키즘은 만연한 착취와 불의, 자본주의 국가의 막강한 권력, 지배 이데올로기의 억압적 통제에 맞서 ‘됐거든’ 하고 시원하게 쏘아붙인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실패한 스탈린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로 오해하고,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배신을 수도 없이 봤다. 그래서 타락하지 않은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나키즘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은 아나키즘에 다양한 매력이 있고, 아나키즘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운동에 상상력과 열정을 불어넣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 통념에 맞서 아나키즘의 이상을 방어한다. 예를 들어, 사회 통념은 국가가 없으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불행해질 거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존 몰리뉴는 인류가 오랫동안 국가 없는 사회에서 살았고 그런 사회는 혼란스럽기는커녕 질서정연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존 몰리뉴는 아나키즘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아나키즘에는 자본주의 사회를 바꾸고 대안 사회를 건설할 진지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아나키즘 운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바쿠닌은 자신이야말로 모든 권력, 권위, 지도, 예속에 반대하는 급진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바쿠닌의 정치적 실천은 자신의 말과 달랐다. 아나키즘 사회에 대한 바쿠닌의 설명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의 폭풍 한가운데서 보이지 않는 선장이 돼 혁명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개적 권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동맹의 집단적 독재로서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 공식 직함이나 권한도 없이 독재를 실행할 것입니다. 그 독재는 드러나지 않을수록 더 강력한 권력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인정하는 유일한 독재입니다.”

지도

이처럼 말과 실천이 다른 것은 바쿠닌만의 특징은 아니다. 아나키즘은 기본 원리상 조직을 거부하지만 아나키스트 조직이 있고, 지도를 거부하지만 아나키스트 지도부도 존재한다.

핵심은 국가, 지도, 정당을 거부하는 아나키즘 사상이 운동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아나키즘이 1936년 스페인 혁명에서 한 구실을 분석하며 그 약점을 비판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스페인 혁명은 파시스트 장군 프랑코가 일으킨 군사 쿠데타에 맞서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용감하게 저항에 나섰고 며칠 만에 주요 도시를 완전히 통제했다.

스페인 노동운동 내 최대 경향이던 아나키스트들은 반혁명 쿠데타에 맞서야 한다는 이유로 부르주아지도 포함된 민중전선 정부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 정부는 스페인 노동계급의 투쟁을 억눌렀다.

사실 아나키스트 지도부는 노동자 권력을 호소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권력에 반대’하는 아나키스트들은 그러지 않았다.

자본가 권력이냐 노동자 권력이냐를 실제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나키스트와 마르크스주의자가 평등하고 계급 없는 사회라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지만 이런 사회에 도달하려면 마르크스주의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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