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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강경책이 북한을 변화시켰다’는 황당한 거짓말

이 글을 쓰는 8월 9일 현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 회담이 8월 14일에 재개될 듯하다. 북한이 ‘남한의 군사적 위협행위 중단’ 등의 기존 입장을 포기하면서, 일단 중단된 회담이 재개되는 것이다.

박근혜와 우파는 이를 두고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뻔뻔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경책이 북한의 반발을 낳으면서 개성공단이 위기에 빠진 것이니 말이다.

국방장관 김관진이 “[개성공단 인질 억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적 조처를 할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한 데서 개성공단 위기는 비롯했다. 그리고 6월에 박근혜는 북한 수석대표의 ‘격(格)’을 핑계로 남북 당국 회담을 무산시켜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남북 실무 회담은 6차례 동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가 북한에 완전 항복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남쪽이 공단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박근혜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따라서 박근혜의 ‘원칙 덕분이’ 아니라, ‘원칙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사실 한반도 긴장의 진정한 원인이 북한 지배자들의 억지와 도발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북한 당국은 계속되는 군사 압박과 제재가 중단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저런 핑계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8월 1일 미 백악관 한반도 담당 보좌관 시드니 사일러는 “비핵화 진전이 없고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의 상당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대화 종용도 북한이 태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최근에도 중국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가 북한을 방문해 ‘긴장 완화’를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에 양보하면서 남북 실무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데는 이런 점들이 크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지난 20년간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많은 양보를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양보로 일정한 합의가 이뤄져도, 미국이 언제나 다른 핑계로 합의를 깨면서 북한의 뒷통수를 쳐 온 게 지난 20년 동안 북미관계의 패턴이었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여곡절 끝에 개성공단이 다시 열려도 이것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북한을 압박할 명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최근 파나마에서 북한 선박에 실린 무기가 적발된 사건도 대북 제재를 강화할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의 대북 강경책은 ‘북한을 길들이며 안정을 가져’ 오기는커녕, 한반도 긴장의 불길에 부채질하는 효과만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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