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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게이트 항의 촛불과 NGO 정치의 문제

2008년 촛불항쟁에서처럼 주요 NGO들은 지금 국정원 게이트 항의 촛불운동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요한 국면에서 이 운동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구실도 하고 있다.

현재 참여연대 등 주요 NGO 지도자들은, 촛불집회의 요구를 확대해 운동을 더 확대·급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운동의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제한하려 한다. 2008년에도 주요 NGO들은 이런 구실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 경향이 한층 강화됐다. 아래로부터 운동을 확대·강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는 한편에서는 지금의 촛불운동이 아직 그 규모나 급진성에서 2008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주요 NGO 지도자들의 소심한 태도가 거리의 활력과 급진성에 떠밀려 극복되곤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논쟁을 회피하지 않은 혁명가들의 구실이 중요했다.

다른 한편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주요 NGO 지도자들이 대거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NGO들의 정치적 의존이 한층 커졌다. 김기식, 남윤인순, 이학영, 최민희 등 진보적 NGO의 핵심 리더들과 NGO의 ‘대부’였던 박원순도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전에도 주요 NGO들은 ‘비정부기구’ 또는 정치적 ‘중립’(혹은 독립)이라는 말과 달리 그 지도자들이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국회에서 개혁적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정치인들을 만나 설득하고 로비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활동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제도권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서 각종 협의체 등을 통한 정책 제안과 로비가 어려워지자 직접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후퇴

그러나 민주당을 통해 국회에서 진보적 의제를 성취하겠다는 전략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거꾸로 운동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이 집권 시절에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친제국주의적 파병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파 정부하에서도 민주당은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거듭 갈팡질팡하며 운동의 뒤통수를 치곤 했다.

민주당은 그 핵심 인적·재정적 기반을 기업가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에 노동자 투쟁이나 거리의 저항 운동을 일관되게 지지할 수 없다. 일부 개혁적 인사들이 민주당에 들어가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진보 인사들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민주당을 바꾸기보다는, 그 자신이 바뀌는 것을 우리는 봐 왔다.

주요 NGO 지도자들은 바로 이 점을 보려 하지 않는데 근본적으로 NGO 정치가 안고 있는 한계와 모순 때문이다.

NGO 정치는 단일 쟁점에 집중하는 개혁주의라고 요약할 수 있다.

“1990년대 초에 시민운동이 부상하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하나는 1987년 대중투쟁의 결과 권위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불안하게나마 전환이 시작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옛 소련 블록의 붕괴였다. … 동구권 붕괴에 따른 환멸감, 국내 상황 변화에 따른 변혁 전망의 상실이 결합된 배경 속에서 … 활동가들은 1990년대 초반 내내 고민을 거치며 시민운동 진영으로 발길을 옮겼다.”(김하영, 《한국 NGO의 사상과 실천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전 세계적으로 많은 NGO 활동가들이 그랬듯이 이들도 체제와의 전면 충돌이라는 사상에서 후퇴해, 환경·여성 등 각종 단일 쟁점 운동으로 돌아섰다. 물론 참여연대 같은 단체들은 여러 다양한 쟁점을 다루지만 총체적 관점이 아니라 제각각의 해결책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계급적 단결보다 성별·인종·성적 지향 등 정체성을 강조하는 ‘신사회운동론’이나 국가를 계급 중립적이며 개혁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시민사회론’이 NGO 정치의 뿌리가 됐다.

주요 NGO 지도자들이 민주당의 문제를 그 계급적 기반이 아니라 일부 지도자들의 미숙함이나 의식에서 찾는 것도 이런 사상적 후퇴와 연결돼 있다.

모순

그동안 주요 NGO는 많은 경직된 좌파 조직들이 더는 선동하려 하지 않는 쟁점들을 제기함으로써 지지를 얻어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공식 정치의 우경화 때문에 단일 쟁점 선동을 통한 위로부터 개혁을 이룰 가능성이 줄어들자 모순된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단일 쟁점 운동을 넘어서야 한다는 제기가 나왔고, 이를 일부 반영해 주요 NGO 지도자들은 정치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계급적 관점을 거부하는 개혁주의 정치와, 단일 쟁점 운동을 위해 돈을 모으고 조직해 온 방식 즉, 기성 정당이나 제도권과 맺어 온 관계 때문에 부르주아 정당에서 ‘독립적’인 태도는커녕 오히려 의존이 강화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 주요 NGO 지도자들은 투쟁에 참여하고 그것을 이끌기도 하지만, 그런 투쟁이 NGO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흔히 그 전투성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주요 NGO들은 촛불운동이 ‘국정원 게이트’라는 단일 쟁점을 넘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일반화된 저항으로 나아가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나 특검을 위한 압력넣기로 촛불을 제한하고 있다.

주요 NGO들이 사회운동에서 한 기여에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이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면서도 근본적 변혁과 총체적 세계관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변혁운동 활동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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