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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판 최후진술: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가도 ‘그러려니’ 하란 말입니까?”

〈레프트21〉의 김종환 기자는 2012년 6월 16일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행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1심 재판에 항소했다.다음은 8월 28일 진행한 항소심에서 김종환 기자가 연설한 최후진술문이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제가 교통을 방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집회를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교통 방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경찰의 행동을 보면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당일, 우리는 경찰에 가로 막혀 마포대교 앞에서 ‘자유로운 교통’을 방해받은 뒤, 지하철을 타고 다리를 건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마포대교 건너편, 지하철 공덕역으로 우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무장한 채 출구를 막고 몸싸움까지도 불사했습니다. 〈한겨레21〉, 〈경향신문〉 등에 그 사진이 나와 있습니다.

경찰이 여의도 도로뿐 아니라, 지하철 출구까지 막은 것은 한마디로 행사 참가자들에게 행사 목적지인 대한문까지 가지 말고, 해산하고 집에 가라는 것입니다. 경찰은 교통 혼잡을 줄이려 한 것이 아니라 행사 자체를 무산시킴으로써 재판부가 말한 “집회의 자유로운 행사”를 보장할 의도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1심 판결문을 받고서 가장 수긍할 수 없었던 부분은 바로, “(집회에 참가할) 긴급하고도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경향신문〉에는 행사 이틀 전, 수험생 시절에 희망버스에 참가한 적이 있는 한 대학 새내기의 호소문이 실렸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가 수능 보던 날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씨가 고공농성을 끝내고 내려올 수 있었다면서 6월 16일 다시 한번 모여서 “죽음에 침묵하고 희망을 짓밟”는 사회에 맞서자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언론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쌍용차 해고 당사자가 이번에는 자신들 문제를 위해 와 달라고, 자기는 동료가 또 한 명,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 지 몰라 “마음이 급하다. 그것도 무척 급하다” 하고 호소했습니다.

해고로 인한 생활고로, 사회에 대한 배신감으로, 복귀자는 스트레스로 노동자들이 한 명도 아니고 22명이나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더 특별하고도 긴급한 사정이 있습니까?

중국 아이폰 공장 팍스콘에서 10여 명이 잇따라 자살했을 때 전 세계가 경악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2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잇따라 죽어도 ‘그러려니’ 해야 한단 말입니까?

긴급한 사유?

무엇보다 긴급한 사정이 없었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한다고 재판부가 밝힌 것은 자가당착이고 모순입니다. 지난 6월 재판부는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 구속을 결정했는데, 김정우 지부장은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며 2009년 77일 동안 공장 안에서 싸운 당사자이고, 이후 3년 동안 동료 24명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며 “함께 살자”고 외쳤지만, 재판부는 그가 대한문 앞 화단 공사보다도 못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재판부에게, 도대체 대한문 앞 화단을 만들어야 했던 “긴급하고도 특별한 사정”은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쌍용자동차는 1998년에 대우그룹에 매각되고, 2004년 상하이차에, 2011년 마힌드라에 매각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군대 갈 나이가 될 때까지 6~7년에 한번 꼴로 매각으로 인한 강제 휴직, 임금 삭감, 해고 위협에 시달린 것입니다. 해고로 가정 자체가 풍비박산 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 중고등학교 졸업식, 군대 가는 아들 배웅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현재 회사를 인수한 마힌드라 역시 쌍용자동차의 기술만 빼 먹고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경고가 최근까지도 계속됐습니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헌법이 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2조에 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법률로 근로조건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쌍용차를 국유화해서 헌법이 명하는 존엄한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노동자들의 삶과 가정을 갖고 변덕을 부리는 시장 체제한테서 그나마 노동자들을 지켜줄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해서,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저는 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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