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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활동가들의 철도 민영화 경험에서 배운다: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은 실패한 민영화 정책”

최근 한국을 찾은 해외 활동가들은 일제히 “한국 정부의 철도 구조개편안은 국제적으로 실패한 민영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경쟁체제 도입이지 민영화는 아니다’ 하는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영국 정부도 ‘경쟁 도입’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속하고 급격하게 민영화를 추진했다. 차량·화물·운영·선로 등 1백여 개 회사로 분할한 것도 매각을 손쉽게 하려는 조처였다.”

철도 전문 저널리스트 크리스찬 월마는 영국의 철도 분할 민영화 추진 경험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정부의 ‘공공성 보장’ 약속이 어떻게 변질돼 갔는지도 폭로했다.

“영국 정부는 민영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선로는 절대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사기업에 매각했다. 요금 인상도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준을 바꿔 버렸다.”

최근 한국 정부가 내놓은 “민간 매각 방지, 요금 인하, 신규 고용” 약속도 바로 이런 여론 무마용 부도수표일 것이다. 그것이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노리는 바, 즉 사기업의 시장 진출, 비용 전가, 인력 감축 등과 대립하기 때문이다.

독일 환경단체 BUND의 교통정책과장 베르너 레는 “독일의 철도 민영화 모델을 절대 따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주회사의 법적 [지분 소유] 구조는 중요하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 주식 공개 등이 모두 민영화의 한 형태이므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는 ‘독일식 공공 지주회사 모델’ 운운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통쾌한 반박이었다. 독일의 철도 지주회사는 1백 퍼센트 정부 소유지만,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민영화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1990년대에 민영화 방침을 확정하고, 연방독일철도청을 지주회사와 사업 부문별 5개 자회사로 전환했다. 그 뒤 본격적인 분할 민영화 시도가 이어졌다.

“2006~08년에 자회사 분할 매각 시도가 있었다. 정부는 화물 부문 매각을 강조했고, 여객 운송, 선로 부문 매각도 논의됐다.” 심지어 2007년엔 자회사만이 아니라 지주회사 자체의 주식 일부를 매각해 민영화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공공이사회

사실, 독일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지주회사·자회사들을 모두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KT 민영화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주식을 상장해 팔아 버리면 사기업에 매각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의 지분 매각 시도는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일단 중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베르너 레 국장은 “민영화의 파장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정비·철로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인력 감축도 가속화했다. 5년이 지났는데도 그 폐해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독일 철도 지주회사는 비록 정부 소유라 해도, 일반 공기업과 달리 “민간기업들이 준수하는 기업법·규제”를 따르고 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즉, 공기업 규제를 피해 민영화가 노리는 각종 시장화 조처를 확대할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철도 산업 전체에서 인력 15만여 명이 줄고, 안전 투자가 축소돼 각종 사고가 빈발했다.

한편, 베르너 레 국장은 한국의 진보진영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해 온 독일의 ‘공공이사회’ 모델에 대해서도 냉엄한 현실을 꼬집었다.

“독일의 경영이사회는 주주와 노조 측 추천 이사 10명씩으로 동등하게 구성된 듯 보이지만, 노조 대표 중 1명은 경영진 급이고, 주주가 선임하는 위원장은 2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독일도 정책 결정자들이 논의를 주도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공공이사회’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추진을 막는 구실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어떤 합의 모델인가에 앞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민영화 반대 진영의 힘 관계, 이를 좌우할 투쟁의 뒷받침 정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