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기재부 공공정책 국장이 말했듯이,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을 “발전 계승”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상시적 기능점검 및 시장화 테스트 체계’ 구축이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고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촉진시켜, 공공부문에 신자유주의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공공기업은 3년 후, “공공기관, 자회사, 민간기업 중 가장 효율적인 공급자를 도출해 내는 방법으로” 시장화 테스트를 도입한다. 기존 공기업은 상시적 기능점검으로 유사 중복 업무를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여러 해외 사례를 보면 시장화 테스트가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사전 단계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5년에 ‘공공서비스 개혁법(시장화 테스트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공공부문의 민간 위탁을 넓히는 효과를 냈다. 영국에서도 시장화 테스트 도입으로 쓰레기 수집 등 주변 업무가 먼저 민간위탁 됐고, 법률·건축·부동산·정보처리 등으로 점점 더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1997년 IMF 사태 이후 공공부문 업무에 민간위탁을 확대하기 시작해 저질 일자리를 대거 양산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에서는 공공기관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부채 증가를 핑계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해 온 것을 볼 때, 박근혜 정부도 노동자들에게 부채 증가의 책임을 떠넘기려 할 것이다. 철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서비스에 시장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가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한국 경제의 회복이 불확실한 가운데, 한국 지배계급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박근혜는 이미 복지 공약들은 후퇴시키면서, 노동자 주머니를 터는 세금 정책으로 경제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와 수서발 KTX 민영화 강행 시도 등에서도 이런 공격이 잘 드러난다.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으로 공공부문부터 구조조정하면서 민간부문에까지 시장 경쟁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이런 시도가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민영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은 거대한 촛불 시위였다. 당면한 수서발 KTX 민영화 강행 시도를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과 노동자 연대 투쟁으로 저지한다면, 공공부문 구조조정·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