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2백2일 동안 농성을 벌이던 여민희, 오수영 동지가 지난 8월 26일 땅을 밟았다. 재능지부의 투쟁이 2천76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그동안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지부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 원직 복직”이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벌여 왔다.
종탑 농성을 마무리하며 노조는 복직 투쟁 중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해고자 12명의 즉각 전원 복직, 2008년 파기된 단체협약 회복, 각종 고소·고발 취하와 처벌 불원 탄원서 제출, 노조 생활안정지원금 및 노사 협력기금 명목 2억 2천만 원 지급 등을 사측과 합의했다.
재능 사측은 고공농성이 장기간 계속되고, 정진후 의원실이 재능 사측이 운영하는 사학 재단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 하는 등 정치적 압력 속에서 한발 물러선 듯하다.
그러나 해결할 문제는 남아 있다. 애초 노조가 요구한 학습지교사 임금에 관한 제도들(월 회비정산제도나 마이너스 월별정산 제도 같은 수수료 제도)의 개선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졌다.
황창훈 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종탑 농성 정리 기자회견에서 “미흡한 성과지만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올해 남은 기간에 2013년 단체협약을 반드시 갱신 체결하고, 특수고용자라는 위장된 개입사업자 허물을 벗고 당당하게 노동자로 활동하는 재능교육현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능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계속 싸워 나가기를 응원한다.
한편, 환구단에서 농성을 해 온 유명자 전 재능지부장과 강종숙 전 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단체협약 원상회복 문구가 사실상 공문구에 지나지 않으며, 수수료 제도를 포함한 나머지 합의안도 실리적으로 아무 보장을 하지 못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번 노사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