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9월 12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이 공무원노조 광주본부 소속 북구지부와 광산구지부를 압수수색했다. 공무원노조가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건 것이 지방공무원법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현수막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풍자한 ‘귀태가’의 한 소절을 문제 삼았다. 8월에 ‘을지훈련 반대’ 유인물을 배포한 것도 “집단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걸었다.
현수막 1장을 내건 지부의 경우, 조합원 10명을 소환했다. 오전에 소환에 응해 조사받고 있는데 오후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유가 “노조 간부들이 묵비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황당하게도 법이 보장한 ‘묵비권’이 압수수색의 이유가 된 것이다.
경찰이 영장에 명시하지 않은 개인물품과 컴퓨터까지 통째로 가져간 것은 통합진보당 마녀사냥과 얽어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덮어씌운 혐의도 말이 안 된다. 현수막에 ‘귀태가’의 한 소절을 넣은 것이 ‘불법 정치활동’이라면 도대체 노동조합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반전 평화의 관점에서 ‘을지훈련 반대’ 유인물을 배포한 것이 왜 문제인가. 결국 눈 감고 귀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으로서 기본권조차 억압하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자체가 문제다. 2009년 공무원노조가 통합해 민주노총에 가입했을 때도 정부와 보수언론은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공격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공무원노조 조합원이라면 과연 중립적으로 선거관리를 할 수 있겠냐’는 논리였다. 결국 정부 탄압 속에 선관위 지부는 공무원노조를 집단 탈퇴했다. 그런데 도리어 국정원 게이트가 터졌다. 진정으로 ‘중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저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는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노조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설립신고를 두고 공무원노조에게 ‘사기’친 정부가 이제 활동 자체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공무원 수당을 삭감하고, 공무원연금 개악까지 추진하려고 길 닦기에 나선 것이기도 하다. 이런 공격은 공무원노조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진정으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아야 할 것은 정치 공작의 주범인 원세훈, 김용판 같은 자들이다. 진정으로 ‘불법 정치활동’을 한 것은 국정원이지 공무원노조가 아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모난 돌 정 맞는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잘못이다. 공무원노조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탄압에 맞서 단단하게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2013년 9월 12일
노동자연대다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