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오바마의 시리아 공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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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는 시리아 공격을 승인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패권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군대의 총사령관으로서 오바마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 도움 없이도 군사행동을 지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하원에서 표결에 패배해 시리아 공격 지지를 철회하면서, 오바마는 갑자기 방침을 바꿨다.
영국 소식을 들은 오바마는 군사 개입을 할지 말지 의회에 묻겠다고 말했다. 의회를 통해 군사 개입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다면, 미국 정부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국민의 정부라면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민의 여론은 확고히 시리아 폭격에 반대한다.
미국 정부는 여론을 바꾸려 설득하면서 화학무기로 공격당한 아이들과 민간인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70퍼센트는 군사 공격이 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전쟁 반대 목소리
반전 활동가 메디아 벤저민은 의회 근처에서 공습안 부결 주장을 하면서 운동을 벌였다. 벤저민은 이렇게 전해 줬다. “의원들 집무실 전화가 끊임 없이 울립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이렇게 말하죠. ‘알겠습니다. 시리아 침공 반대 의견을 접수하겠습니다.’”
지배계급도 분열하고 있다. 미국이 또 다른 전쟁의 수렁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험 때문에 의견이 좍 갈려 있다.
대통령으로서 오바마의 권위도 불안정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 아니다. 오바마는 이미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 라인”(금지선)이라고 떠벌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제국주의 열강이다. 계속 세계를 누비며 다른 국가들에 이래라저래라 지시 내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미국은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은 오히려 약해졌다.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 몇 달간 아사드 정권을 향해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실제 행동과는 거리를 둬 온 것이다. 군사 개입에 나설 때의 위험성이 군사 개입을 망설일 때의 위험성보다 더 컸던 것이다.
오바마가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화학무기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여서가 아니다. 모든 군사 개입은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 도움이 될 때만 실행된다.
오바마가 군사 개입을 망설이는 것은 사회 각계각층의 반전 여론을 모조리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리아 공습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 한 오바마의 시도는 미국의 약점 또한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