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무기한 비정규직화’라는 또 하나의 먹튀
〈노동자 연대〉 구독
복지 공약뿐 아니라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폐지하겠다’던 박근혜의 약속도 사기로 드러나고 있다.
9월 5일,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 5천여 명을 2015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진성 정규직‘이 아니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만 없을 뿐, 성과금·근속수당 등 거의 모든 조건이 정규직에 훨씬 못 미친다. 무기계약직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공무원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해고 사유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고용 불안조차 완전하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무기계약직을 “무기한 비정규직”, “중규직”이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정규직과 별도로 무기계약직 정원을 관리하고, 무기계약직에 별도의 취업규칙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더 고착화시킬 수 있다.
또한,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각 기관이 정원 규제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은 1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에서도 극히 소수일 뿐이다. 정부는 민간위탁 등 대다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파악할 생각조차 없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상시·지속적 업무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근무 평가까지 통과해야 한다. 기간제법에 따라, 15시간 미만 근로자·고령자(55세 이상)·전문가 등도 전환대상에서 제외된다.
간접고용
이에 대해 비판이 일자,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에 줄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해명했다.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것을 고려해 알량한 무기계약직 전환조차 더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꾀죄죄한 계획을 내놓고는,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1년 이상 근무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며 생색내고 있다. 그러나 호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훨씬 못 미치는 방안일 뿐이다.
또, 정부는 뻔뻔하게도 서울시·인천시 등 몇몇 지자체가 지난해 일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사례도 마치 자신의 실적인 양 보도 자료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예컨대 성동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경우, 한 달 넘는 농성 투쟁 끝에, 그들 스스로 무기계약직화를 쟁취한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책은 ‘속 빈 강정’일 뿐인데, 가장 최근 국정과제 발표에서는 2015년으로 돼 있던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조차 아예 삭제해 버렸다.
또한 2014년도 예산안에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필요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상시·지속적 업무를 근속 기간과 상관없이 ‘제대로 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 고용안정 보장, 처우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강제하는 데는 당장 무기계약직 전환마저도 회피하려는 공공기관들의 해고 조치 등에 맞서 현장 곳곳의 투쟁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