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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대국민 복지 사기극
돈은 있다. 부자한테 거둬라!

박근혜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 시도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9월 26일 확정한 내년 예산안에서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 대표적인 복지 공약 예산을 대폭 삭감해 확정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반값등록금에 필요한 예산도 3분의 1만 반영했고,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은 지방정부에 떠넘겼다.

ⓒ레프트21

보육 예산도 필요한 예산의 절반을 지방정부에 떠넘겼다. 이런 식이면 불과 한달 전 벌어진 서울시 보육 예산 고갈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주겠다던 기초노령연금은 하위 63퍼센트에게만 20만 원씩 주고 7퍼센트는 차등 지급하고 30퍼센트는 아예 안 주기로 했다. 그나마 20만 원씩 받는 대상자도 점점 줄여 3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기초연금 수급액을 깎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오래 낼수록 기초연금이 깎여 노후를 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노동자 대다수는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연금을 몇 백만 원씩 받는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의 1인당 평균 수급액은 28만 원밖에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연금이 3분의 1이나 삭감돼 앞으로도 이 액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전체 노인의 30퍼센트는 알아서, 70퍼센트는 20~40만 원 정도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 전체 노인의 70퍼센트에게 10만 원씩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부터 20만 원(소득대체율 10퍼센트)으로 인상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박근혜의 기초연금은 사실상 이를 삭감하는 개악이다.

박근혜는 “다음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핑계를 댔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기초노령연금을 늘리면 자녀 세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 연금이 최저생계비에도(1인 가구 57만 원) 한참 못 미쳐 사실상 부족한 비용을 자녀들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튀·사기로 드러난 박근혜 복지

더구나 젊은 세대도 나중에 받을 연금을 삭감당하는 것이다. 이런 조처로 이익을 얻는 것은 세금과 보험료 부담을 면제받는 현재와 미래의 기업주·부자뿐이다.

민주당은 박근혜의 복지 공약 후퇴에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사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이 내놓은 기초노령연금 공약도 ‘2017년부터 90퍼센트에게 20만 원씩’ 주겠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할머니·할아버지가 힘겹게 폐지를 모으고 다니는 모습을 더는 보기 싫다는 게 모두의 마음이다. 이것을 박근혜가 기초연금 공약 파기로 무참히 짓밟았다. ⓒ이미진

게다가 민주당은 이미 박근혜가 ‘배째라’고 하는데도 국회로 복귀하며 백기투항한 처지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연금 개악 저지를 하반기 2대 핵심 대중투쟁 과제로 결의”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민주노총은 더 나아가 “철도, 가스 등 민영화 추진과 의료, 빈곤과 장애, 보육과 교육 등 복지 공약 후퇴에 맞서 대정부 투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선언은 당장 투쟁과 연대를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보편 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가 답이다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명박이 깎아 준 법인세만 원상 복구해도 해마다 수십조 원이 마련된다. 추가로 깎아 주는 법인세 비과세·감면액만 연간 9조 원에 이른다.

기업저축(단위 조 원)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마저 ‘기업저축은 늘어나는데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 돈을 거둬 복지에 써야 한다. ⓒ인포그래픽 장한빛, 장호종

기업들이 쌓아 둔 사내잉여금 수백조 원이나 조세도피처에 빼돌린 또 다른 수백조 원에 세금을 물리면 기초연금뿐 아니라 무상의료도 당장 가능하다.

법인세를 인하해야 투자가 늘고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에서 정반대로 나타났다. 세계경제 전체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대폭 인하한 것 때문에 복지 재원 마련은커녕 오히려 세수가 예상보다 10조 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부자 증세를 극구 피하려 한다. 부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 우파 정권의 핵심 목표기 때문이다. 지난 3자 회동 때에도 박근혜는 “법인세는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소신’을 밝혔다.

사실 자본가들이 이윤 증대 목적에 비춰보면 노인들에게 ‘퍼 주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선거 때는 열심히 노인들을 찾아다녔지만 실제로는 노후 복지에 특별히 인색한 까닭이다.

반면 평범한 노동자들과 청년들에게 노후 빈곤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자기 미래뿐 아니라 당장 부모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는 반발에 밀려 일부 물러섰던 노동자 증세안(세제개편안)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박근혜는 추석 직전 “국민들이 공감한다면 증세가 가능하다”고 운을 띄웠다.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복지와 증세를 연동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노동자 증세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정기국회에 상정될 세제개편안은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는 공무원 연금 삭감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부자 증세나 법인세 인상이 비현실적이라며 보편적 증세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던 진보진영 일각의 주장이 왜 문제인지 보여 준다. ‘노동자들이 먼저 세금을 더 내 복지를 늘리자’는 주장은 박근혜의 먹튀를 돕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복지 후퇴, 노동자 증세에 맞서 복지 확대, 부자 증세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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