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개혁주의는 왜 개혁에서도 한계를 드러내는가

근래 마녀사냥 국면에서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한계를 드러내며 민주적 기본권도 일관되게 방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회를 이상적, 도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미국 광우병 쇠고기, 한미FTA,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은 … [구시대적인] 반미민족주의 프레임”(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등의 주장도 했다.

이런 한계는 개혁주의 논리와 전략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개혁주의는 문제가 있는 체제를 그대로 두고도 국가 등 자본주의의 기구를 이용해 체제가 낳는 모순과 문제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은 의회를 ‘공정한’ 정책을 입안하고 지배자들을 설득해 개혁 과제를 달성할 매우 중요한 통로로 본다. 현실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며 선거에서 지지를 얻고 의석을 늘려나가야지 ‘과격한 이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혁주의의 주요한 물질적 기반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타협과 중재를 맡아 하는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에 있다는 것과도 관련 있다.

개혁주의의 이런 주장은 국가 기구를 제대로 운영하기만 하면 계급을 초월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마르크스는 이런 견해를 낱낱이 반박했다. 마르크스는 국가는 대중 ‘전체’를 대표하기는커녕 언제나 한 계급이 다른 계급들을 지배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 노릇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르주아지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가장 중요한 임무로 삼은 “부르주아지 전체의 공동 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본주의에서 진정한 권력은 선출된 대통령이나 의원들에게 있지 않다. 주요 행정기구들, 사법부, 경제의 핵심 부분들, 언론의 대부분, 군대와 경찰 같은 진정한 권력 기구는 선출되지 않은 자들의 손에 있다. 하층민 출신 인사가 어렵게 이 안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권력 기구를 거스르기 힘들다.

우리 삶에 진정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들은 대부분 이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 내린다. 무기 수입, 민영화 계획, 복지제도 축소 등 중요한 활동을 계획하고 조직하는 과정 또한 민주적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설령 의회가 이들을 거슬러 ‘합리적’인 정책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사법부는 그 법을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준다. 자본가들은 투자 중단, 자본 도피, 환투기 공격 같은 방법으로 거의 항상 정부를 굴복시킬 수 있고, 때에 따라 군부 쿠데타 같은 더 ‘과격’한 조처도 취할 수 있다.

타협

개혁주의자들은 제도권 내에서 점진적 개혁을 통해 체제의 병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개혁주의자들은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만한 타협책을 만들려 고심한다.

그러나 이처럼 병폐를 낳는 원인(체제)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결과만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힌다.

예컨대, 노동계급의 빈곤 상태를 해소하려면 노동자·민중이 의료·교육·주택 등 필수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가 복지 서비스를 대규모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유층에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복지가 확장되는 만큼 시장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를 제약한다.

개혁주의 전략의 한계는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 더욱 두드러진다. 불황으로 이윤이 줄어들수록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의 희생을 발판으로 자신의 특권을 지키려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 권리도 쉽사리 ‘보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체제 내에 안주하려는 개혁주의자들은 개혁마저도 일관되게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의 사회주의자 로자 룩셈부르크는 개혁주의자들의 전략을 “사회주의자가 부르주아 국가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국가에 정복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현 체제의 개혁과 민주적 기본권을 위해 싸울 때조차 강력한 계급투쟁으로 ‘인간보다 이윤’이라는 지배자들의 우선순위 자체에 도전하는 것을 근본에 둬야 한다.

이런 투쟁으로 우리는 민주적 기본권뿐 아니라 과거 투쟁으로 쟁취한 모든 성과를 방어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국가를 압박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투쟁에 앞장서고 개혁주의자들과 함께하면서도, 왜 혁명적 입장과 대안이 필요한지를 주장하고 실천에서 입증해야 한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