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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운동 속의 논쟁:
왜 마녀사냥에서 통합진보당을 방어해야 하는가

검찰과 국정원은 여전히 ‘내란음모’ 사건에 별다른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부풀리기와 왜곡을 통한 공안탄압은 멈추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진보당 해산 추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에 노동당, 정의당이 참가하지 않는 등 진보진영은 여전히 마녀사냥에 맞선 투쟁으로 힘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고 있다.

마녀사냥에 대한 방어에 소극적인 진보진영 내 일부는 자주파 활동가들의 사상을 문제 삼는다.

이석기 의원 등이 “북한 관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정의당 조승수 전 의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홍기표 정책위원은 노동당 기관지에서, 탄압받는 자주파 활동가들을 방어하는 게 “인생의 낭비”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북한의 지배계급과 북한을 모종의 대안으로 여기는 자주파 활동가들은 결코 같지가 않다.

북한 지배계급과 자주파

〈조선일보〉는 통합진보당을 ‘종북’이라고 비난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한미FTA 반대, 4대강 건설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것은 통합진보당 활동가들이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에 기반한 진보운동 내의 일부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실, 많은 개혁주의자들은 남한 사회가 북한 사회보다 더 우월하다는 관점에서 북한 친화적 사상과 세력을 ‘시대착오’로 치부한다.

이런 태도는 2003년 송두율 교수 마녀사냥 때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재독학자인 송두율 교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37년 만에 고국을 찾았으나 국정원은 그의 친북적 성향을 문제 삼아 광기어린 마녀사냥을 벌였다.

국정원의 사냥감이 됐던 무고한 희생자 2003년 마녀사냥을 당한 송두율 교수. ⓒ〈통일뉴스〉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입당 사실을 인정하자 그를 초대했거나 옹호했던 자유주의자, 개혁주의자 들도 대부분 등을 돌렸다. 이들은 송두율 교수에게 공개 사죄와 ‘헌법 준수 약속’을 종용했다.

결국 송두율 교수는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법을 지키며 살 것”이라며 준법 약속도 했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오히려 더 기세가 올라갔다.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2008년에 가서야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여론재판은 끝난 뒤였다.

송두율 사건은 남한 사회가 언제든 한 사람의 머릿속까지 뒤질 수 있는 비민주적 사회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사실 남한과 북한은 둘 다 억압과 착취에 기반한 체제다. 남한의 시장 자본주의가 북한의 국가 자본주의보다 자유로운 것은 남한 노동자·민중이 처절한 투쟁으로 얻은 성과 덕분이다.

송두율 교수에게 그랬듯이 지금도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헌법 준수’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헌법 내 진보”를 주장한다.

그러나 우파들 역시 헌법을 앞세워 좌파들을 단속해 왔다. 박근혜는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헌법 내 진보” 주장은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에 대해서도 제대로 맞서기 어렵게 한다.

무엇보다 헌법은 진보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미국의 진보적 학자 하워드 진은 ‘법과 사회정의가 충돌할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정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것이 노예폐지운동가들과 파업을 일으켜 온 전 세계 노동자들이 해 온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기준은 헌법 자체가 아니라 사회정의와 계급의 단결이 돼야 한다.

1987년 헌법

일부 개혁주의자들의 ‘1987년 헌법은 다르지 않냐’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1987년 헌법’이 거대한 민주화 투쟁의 물결 끝에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 개헌 과정에서 민중운동 진영은 철저히 배제됐다. 더한층의 급진화를 차단하려는 군부와 보수 야당의 기만적 타협이 이 헌법에 반영돼 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진정한 알맹이는 법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는 거대한 투쟁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을 쟁취할 동력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제도권 정치와 운동을 분리하며 전자를 우선시하는 개혁주의 관점은 문제가 있다. 이런 관점은 의회적 절차를 통한 “현실적” 개혁만을 진보진영이 추구해야 할 길로 본다.

그러나 보통선거권을 비롯한 수많은 자유민주적 기본권과 복지 제도 등은 대중 투쟁의 성과로 쟁취한 것들이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국회의원이던 혁명적 사회주의자 카를 립크네히트는 자신의 임무가 “창문을 통해 발언하는 것”, 즉 의회 연단을 통해 반전 선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 사회주의자 국회의원 버너데트 데블린은 전국을 돌며 노동자들에게 보수당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영국 군경이 아일랜드 해방 평화시위대에 발포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벌어지자 의사당에서 내무장관에 주먹을 날렸다.

초기의 민주노동당도 ‘대중운동이 중심이고, 의원은 그 스피커 구실을 해야 한다’는 “거대한 소수” 전략을 내세웠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비록 국회에서는 소수였지만 한미FTA 반대 운동, 2008년 촛불항쟁 등에서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곤 했다.

지금의 마녀사냥은 진보정당을 분열·약화시키고 진보진영 내 자기 검열이 자리잡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매카시즘 광풍이 휩쓴 후 강력했던 미국 노동운동은 분열하며 급진성과 강력함을 유실했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우파도 촛불시위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에 동참한 통합진보당이 ‘외부세력·종북세력’이라며 이간질하고 있다. 골든브릿지 사측은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마녀사냥이 힘을 얻을수록 웃는 쪽은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이다. 그 점에서 ‘민주당 왼쪽의 득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도려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매우 우려스럽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태도는 진보진영을 분열·약화시키려는 우파의 시도에 말려드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단결된 투쟁으로 진보 분열 시도를 저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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