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화 소신 신임 사장, 민영화 위한 법 정비, 적자선 매각 …:
숨길 수 없는 철도 민영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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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획이 구체화돼 하나둘씩 폭로되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민영화는 아니라는 정부의 거짓말도 점점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이 폭로한 적자선 민영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철도공사 측은 정선선, 진해선 등 8개 지방 적자노선을 단계적으로 사기업에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발뺌했지만, 이미 정부는 ‘철도발전방안’, ‘철도공사 경영 효율화 종합대책(안)’ 등에서 적자선 민영화 계획을 명시한 바 있다.
정부는 최근 철도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며 분할 민영화를 위한 법률 정비에 착수했다. 노선·사업별 분할과 면허 규정 등을 담은 이 법 개정안은 ‘박근혜판 철도 민영화법’이라 부를 만하다.
요컨대, 적자선 매각, 철도 관련법 개정 추진 등은 철도 산업의 구조개편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퍼즐의 일부분들이며, 그 방향은 명백한 민영화를 향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임명된 철도공사 신임 사장 최연혜는 지난해 초 언론 기고에서 ‘KTX 민영화 반대’ 주장을 펴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언론은 그를 “민영화 반대 사장”이라 칭했다.
그러나 최연혜는 아직도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하는 철도노조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연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동시에 “현 정부안이 아니라 지난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도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최연혜는 취임사에서 “2015년 흑자 전환”을 강조하며 “과감한 경영 효율화”를 내세웠다. “KTX와 일반열차의 운행체계 최적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 인력운영 효율화와 물류분야의 혁신을 통한 과감한 비용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과거 그의 이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최연혜가 2005~07년 철도공사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당시 철도공사 사측은 8백7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정규직이 맡았던 업무들을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최연혜는 당시 부사장으로서 이런 상업적 공사 운영 방향에 충실했다.
“흑자 전환”
또 최연혜는 대구역 열차사고는 “인재”라며, 사고 발생 시 즉시 즉위를 해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투자 미비, 인력감축이라는 사고의 진정한 원인을 가린 채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측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최연혜의 과거 전력과 현재 그의 언행을 봤을 때, 최연혜가 철도 산업을 시장 논리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하려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연혜는 민영화 문제에서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이미 철도 민영화 추진은 착착 진행되고 있고, 박근혜 인수위에도 참여한 최연혜가 정부에 맞설 의지는 없어 보인다. 정부는 심지어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경영계약을 맺어 최연혜를 다잡으려 한다.
지금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와 임금 교섭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이번 임금 교섭에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 중요한 요구들 외에도 민영화 계획 철회, 해고자 복직, 안전 인력 충원 등 핵심 요구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또 기관사 1인 승무 확대 방침을 둘러싼 전투도 예정돼 있다. 이런 요구를 둘러싼 철도공사와의 투쟁 과정이 새로 부임한 신임 사장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잣대가 될 것이다.
철도 민영화 저지에서 관건은 굳건하게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에 맞선 광범한 투쟁을 확대하는 데 있다. 그리고 민영화의 사전 정지 작업인 인력 감축, 적자선 폐지, 무인역 폐쇄 등을 추진하는 철도공사와도 맞서며 기층의 현장 노동자들의 힘을 확대해 가야 한다.
추천 소책자
[철도민영화반대시리즈2]
박설, 이정원 외 지음 / 90쪽 /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