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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기업 부실과 눈덩이 국가 부채:
손실과 빚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최근 재계 38위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한국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 준다. 동양그룹은 건설 경기 부진 때문에 핵심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적자를 내면서 기업 부실이 심각해졌다. 여기에 골프장 등 무리하게 벌인 사업이 실패하며 생긴 빚을 돌려 막다가 결국 여러 계열사들이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해 웅진그룹 부도, 올해 초 STX그룹 부도에 이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동양그룹의 사기 행각과 이를 눈감은 정부 당국 때문에 개미 투자자 5만여 명이 피눈물을 쏟고 있다. 10월 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피해자들의 집회.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게다가 수년간 계속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건설업 불황 때문에 건설사 중에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47.5퍼센트나 된다.(대한건설협회)

건설만이 아니라 다른 산업의 수익성도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2분기 상장기업 경영을 분석한 것을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세전 순이익율은 3.5퍼센트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서 동부·두산·한진·현대 그룹 등이 제2의 동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틈만 나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 경제 불안정은 세계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회복은 너무나 더디다. 미국은 여전히 불황 전에 견줘 일자리가 9백만 개가량 적다.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1978년 이후 최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막대한 양의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 정부 폐쇄와 디폴트 위기에서 보듯 부자들에게 퍼 준 돈은 미국의 재정적자로 돌아와 미국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퍼 준 돈

유럽과 중국도 최근 경제가 회복한다지만 그 회복세가 미약하고 곳곳에 자리잡은 금융 부실과 부채 폭탄 때문에 불안정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인도·브라질 등 신흥공업국들의 경제가 요동쳤듯 제3세계에서 외채 위기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2008년 추락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 위기의 원인인 낮은 이윤율과 높은 부채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새롭게 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려면 막대한 부채와 수익성이 낮은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긴축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악화시켰다.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케인스주의 정책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곳곳에서 부채를 누가 갚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보험제도를 후퇴시키려는 미국 공화당의 공격에서 보듯이 지배계급은 복지를 삭감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공격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줄고 곳곳에서 빚은 늘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가 부채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 빚을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그래서 동양그룹은 5만 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 동양그룹 총수 일가는 파산 직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을 속여 기업어음을 판매했다.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자들도 이런 과정을 수수방관했다.

또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 후퇴, 공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하며 국가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 감세 혜택과 기업 규제 완화, FTA, 환대평양동반자협정(TPP) 등을 추진하며 기업의 수익률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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