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다시 커지기 시작한 반군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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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는 7~8월 수 차례에 걸쳐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주를 이룬 시위대를 수천 명 학살하고, 9월 말에는 법원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의 모든 활동을 금지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반군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단 한 번의 진압 작전으로 1천 명가량 살해당한 8월 14일 이후, 시위 규모는 급격히 줄었지만 9월 새 학기 등을 맞아 시위 규모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군부의 잔인한 진압도 계속돼 10월 6일 반군부 시위에서는 50명 이상 사망했고, 2백 명 이상 부상당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혁명으로 2011년 독재자 무바라크가 쫓겨나자 지배계급(특히 군부)과 손잡고 정부를 구성한 후 혁명의 요구를 배반했다. 그래도 이집트인들의 혁명 요구가 전혀 사그라지지 않자 무슬림형제단은 지배계급한테 버림받았다.
군부는 7월 초 무슬림형제단 출신 대통령 무르시 등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고 정치 권력을 잡았다. 이어서 무슬림형제단을 ‘혁명을 파괴하려는 테러 단체’라 부르며 학살과 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 “빵, 자유, 사회 정의” 같은 이집트 혁명의 진정한 요구가 제기되지 못하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테러 단체가 아니다. 비록 이집트 군부와 주류 언론은 모든 ‘테러’ 뒤에 그들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말이다.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대부분 시나이 반도에서 일어난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맞닿은 곳으로, 이집트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에 굴종한 이래 수십 년 동안 그에 대항하는 무장투쟁이 진행 중이다.
테러 집단
무슬림형제단 정부 역시 지난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 지역 무장세력을 대대적으로 토벌하기도 했다. 주류 언론은 ‘이슬람주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이들과 무슬림형제단을 구분하지 않고 ‘이슬람주의는 테러 세력’라는 식의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에서 대중적 기반이 가장 넓은 개혁주의적 세력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들은 전국의 사원들을 중심으로 가난한 이집트인들에게 구호 활동을 펼치며 기반을 다져 왔다. 그들의 개혁주의적 대안은 아직 사회주의 혁명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대중의 불균등한 의식과 맞아 떨어진다. 따라서 군부의 연이은 학살과 마녀사냥에도 불구하고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무르시 정권 시기 배신적 행태는 그들의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지만 말이다.
이집트 혁명을 진정 위협하고 있는 세력은 바로 군부다. 이들은 1952년 건국 이후 권력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 혁명에 떠밀려 정부를 무슬림형제단에 내어줄 때도 그들은 막후에서 실권을 휘둘렀다. 군부는 이집트 최대 자본가 집단으로 혁명을 가장 혐오하는 세력이다.
또한 군부는 미국 제국주의의 핵심 파트너로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친미 반동 국가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정치적 지지뿐 아니라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제공하며 군부의 지배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선출된 민간 정부를 요구하며 일부 지원을 유보한 것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집트에서 혁명가들은 군부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혁명가들의 정치적 요구와 노동자 운동의 경제적 요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무슬림형제단 마녀사냥에도 맞서야 한다.
그럴 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마각을 드러내는 군부에 맞선 투쟁이 폭발하는 시기를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