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투표와 69퍼센트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노동자 연대〉 구독
조합원 총투표(투표율 80.96퍼센트)에서 68.59퍼센트가 정부의 시정명령 요구를 거부했다!
전국 16개 지부 중 15개 지부에서 거부표가 더 많이 나 왔다.
압도 다수가 거부를 선택한 총투표 결과는 아주 기쁜 일이다. 총투표에서 수용 입장이 더 많았다면 박근혜 정부가 희색만면했을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광경이다. 거부가 간신히 많았다면, 일부에서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뛰쳐나가 합법노조를 만들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69퍼센트 조합원들이 비록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빼앗기더라도 명분을 얻고 노동자 운동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겠다고 선택했다. 지금 노동자 운동은 전교조 조합원 다수의 선택에 감동하고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보면 처음부터 총투표 전술이 옳았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전교조 지도부의 총투표 전술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어떻게 보면 노동조합의 명운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은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 결정해 한다는 생각이 민주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총투표 전술의 핵심 문제점은 지도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정치적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10월 19일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김정훈 위원장이 조합원들 개개인에게 그 무거운 결정을 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했던 것이다.
좋기로는, 정부가 최후통첩을 한 직후 열린 9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거부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설정한 기한인 10월 23일까지 연가 파업을 비롯해 총력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한 달 동안 정부에 맞서 투쟁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보냈다.
물론 대의원대회에서 총투표가 결정된 이상, 거부표가 최대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전술을 전환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일부 소수 활동가들은 해고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할지 말지를 투표로 물을 수 없다며 총투표에 기권했다. 하지만 조합원 81퍼센트가 투표한 것에서 보듯이, 총투표 기권 입장은 현실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톱니바퀴
한편, 중앙집행위원들은 시정명령 거부 입장을 표방했지만 조합원들에게 거부표를 던지라고 호소하지는 않았다. 집행부는 총투표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민주적이라는 부르주아적 가치관의 압력을 심하게 받았다.
다행히도, 노조 집행부의 거부 입장 표방과 거부표 선동 자제 사이에 생겨난 간극을 일단의 활동가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전력을 다해 거부표를 조직했다.
2월 말부터 규약시정명령 거부 선동을 시작한 일단의 활동가들이 있었다. 이 작은 톱니바퀴가 10월에 수백 활동가들이라는 중간 톱니바퀴와 맞물렸다. 그리고 마침내 조합원 69퍼센트라는 커다란 톱니바퀴에 그 동력이 전달됐다.
전교조 내부에서 강력한 거부표 캠페인이 일어나고 10월 들어 복지 공약을 왕창 폐기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 증대까지 더해 전교조 밖 운동 진영도 대부분 거부 입장에 섰다. 총투표 직전에 많은 운동 단체들이 전국에서 학교 앞 1인 시위(사실상 시정명령 거부 응원 활동)를 했다.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조합원들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두절미하고 총투표 전술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결과론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