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의 잠재력을 보여 준 티브로드 투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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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통쾌한 승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잠재력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조를 조직해, 무려 34일 동안 파업 대열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과감하게 본사 점거 농성까지 불사하며 원청을 직접 압박했다.
이로써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원청 태광그룹으로부터 평균 23퍼센트(45만 원)의 높은 임금 인상, 월 10시간가량 노동시간 단축, 노조 활동 보장 등 인상적인 성과물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런 성과는 지금 조직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전국의 7개 센터에서 신규 분회가 생겼고 조합원이 1백 명 넘게 늘었다.
지난 6일 티브로드 본사 앞 승리 보고 대회는 바로 이런 성과 속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드높이며 전진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줬다. 이시우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파업 전부터 우리가 승리하면 연대로 보답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티브로드지부는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곳이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연대의 깃발을 꽂겠습니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이미 곳곳을 누비며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힘을 불어넣고 있어, 더욱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연대의 깃발
특히 이날 집회에는 이번 투쟁 승리에 자극받아 새롭게 노조에 가입해 참가한 노동자들도 주목을 받았다. 최근 지회를 결성한 전주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앞서 싸운 선배들이 있어, 우리도 편하게 협상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설렙니다.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앞서 싸운 ‘선배’들은 어떻게 노조를 조직하고 승리할 수 있었는지 말했다.
“우리는 남양유업의 ‘갑을 논란’과 씨엔엠 투쟁 등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습니다. 몇 개월 사이 조합원이 4백 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탄압으로 탈퇴하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로 파업에 들어갔는데, 견고하게 대열을 유지하고 본사까지 점거해 승리했습니다.”(정화목 문화선전국장)
“점거에 들어갔을 때, 창문으로 연대하러 온 분들과 깃발들을 봤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하러 달려온 것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연대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김홍수 성동광진지회장)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말하듯, 이번 티브로드 투쟁은 지난 몇 년간 확대돼 온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의 일부다. 현대차 비정규직, 대학 청소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등 곳곳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고 투쟁하며 노동운동을 자극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티브로드 노동자 투쟁의 승리는 삼성전자서비스, 우체국택배 등 투쟁에 나선 많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번 투쟁 승리가 노동운동 전체에 기쁘고 반가운 소식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