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를 물러서게 한 철도 고양 차량 노동자들의 통쾌한 투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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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고양 차량 노동자들의 투쟁이 신임사장 최연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강력한 자구 노력, 인건비 절감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작은 사고만 내도 조합원들을 직위해제시키며 돌진하던 최연혜를 물러서게 한 것이다.
최연혜는 11월 1일 자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철도 전 현장에 초과근무, 대체근무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업무량은 그대로 둔 채 노동강도만 높이고 수당을 삭감하려 한 것이다.
단 한 명의 인력도 충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에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허덕이던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양차량지부 노동자는 “철도공사가 퇴직 인원을 보충 안 하다 보니 몇 년에 걸쳐 정원이 줄어왔다. 그런데 KTX 열차 운행편 수는 계속 늘어왔다. 이게 누적되면서 노동강도는 계속 강화돼 왔다. 하는 수 없이 아침에 더 일찍부터 일하고 야간 시간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KTX가 정상 운행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최연혜가 말하는 ‘철도 안전 우선’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도 잘 보여 줬다.
고양차량의 중정비 노동자는 지금 최연혜의 조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TX 열차의 각종 부품을 제 시기에 바꿔주지 않는다고 당장 사고는 안 나지만 계속 방치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지금 열차는 운행되지만, 장기화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나고, 열차 사고는 한 번 나면 대형사고가 된다. 예방 검수를 철저히 하는 것이 안전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최연혜 사장은 경영개선을 한다며 돈을 줄이는 것 말고는 하는 것이 없다. 장비를 현대화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무조건 인건비만 줄이라는 것이다.”
고양차량지부 최광규 지부장은 지난 주 수요일 기지 내 건물 옥상에서 인력 충원 등 핵심 현안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고양차량지부는 거의 매일 점심 시간에 3~4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현장 집회를 열어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또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높이지 않은 채로 회사측의 지침에 따라 일체의 시간외근무, 대체 근무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상적인 열차 운행도 차질이 빚어질 판이었다. 고양차량지부는 철도 운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KTX열차를 정비하는 곳이다. KTX 열차가 이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검수와 정비를 받지 못하면 열차의 안전 운행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공사 측은 하는 수 없이 파업에 대비해 마련해 둔 서울역에서 임시로 검수하는 방편을 쓰고 있어요. 단기간에는 이렇게 버티지만 장기화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하면 차가 제대로 못 나갑니다. 지금 엉망이 되고 있어요. 야간에도 차가 지연되고 되고 문제가 되니까 지들도 똥줄이 타고 있을 겁니다.”
이 투쟁은 꽤나 주목을 끌어 철도민영화 저지 고양대책위를 비롯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방문해 사측을 압박했고, 노동자연대다함께도 이 투쟁에 함께 참가했다.
확산 조짐
무엇보다 고양차량지부가 투쟁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이 투쟁은 다른 차량지부들로 확산될 조짐이 일었다.
당장 서울차량지부에서도 기존 노사합의를 거부하고 공사측의 일방적 지침 이행을 강요하는 것에 맞서 열차 검수 거부에 돌입했다. 열차가 출발 전에 검수를 마치지 못하면 제 때 운행을 하기 어렵고, 이것은 연쇄 작용을 낳아 연달아 열차 지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서울차량사무소장은 불과 하루도 안돼 기존대로 시간외근무, 대체 근무를 인정하기로 하고 물러섰다. 또 서울지역의 차량지부들도 천막 농성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공사 측은 한 발 물러서야 했다. 고양지부 투쟁 7일차 오전에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은 공사의 지침을 사실상 폐기하고 더 나아가 인력 충원까지 합의했다. 정원을 늘릴 것을 공사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노사가 공동으로 조사해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당장 교대근무자 결원도 충원하기로 했다. 합의서에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의 공식적인 유감 표명도 담겼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투쟁의 효과가 철도 전체로 미쳤다는 점이다. 결국 최연혜는 시간외 근무, 대체근무 금지를 11월 한 달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고양차량지부와의 교섭이 타결된 뒤, 사측은 이 수정 공문을 전국의 철도 현장에 공표했다!
고양차량지부 부지부장은 “우리 투쟁이 철도 전체에 좋은 효과를 낸 것이 뿌듯합니다. 사실 인력 충원은 한 지부가 싸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얻어냈고 최연혜 사장 지침도 사실상 무력화시켰습니다.” 라며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고양차량지부 현장 투쟁은 사측의 시도를 무력화시켰고, 더 나아가 되려 정원을 계속 줄이는 판에 정원 확대를 명문화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이것은 다른 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도 냈다. 이 투쟁의 승리는 앞으로 벌어질 1인 승무 확대 저지 투쟁에도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이 투쟁은 12월 민영화 반대 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도 조합원들의 투지와 사기를 올리는 효과도 낼 것이다. 고양 차량지부장은 타결 직후 개최된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이렇게 결의를 밝혔다. “이 투쟁을 통해 현장의 조직력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민영화 반대 파업 투쟁의 선봉에 서겠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 긴축 강요에 맞선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투쟁은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민영화 반대 파업을 조직해 나가는 데도 이처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투쟁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