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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선거 결과를 보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 선거 결선에서 이경훈이 46퍼센트를 얻은 하부영 후보를 제치고 당선했다.

문용문 집행부(민주현장과 금속연대 공동집행부)에 대한 실망과 반감 속에서 이경훈이 득을 챙길 수 있었다. 1차 투표에서 민주현장의 득표가 전보다 폭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민주현장은 2009년 선거와 2011년 선거에서 결선에 오를 정도로 많이 득표했고, 2011년에는 문용문 지부장이 당선해 ‘금속연대’와 공동집행부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8.66퍼센트를 득표해 꼴찌를 한 것이다.

기대

애초 문용문 집행부는 현대차 노동자들의 기대 속에서 당선했다.

당시 현대차가 계속 당기순이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임 이경훈 지부장은 무쟁의로 일관하며 2009년에는 임금을 동결했다. ‘실리’를 강조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해 작업장에는 “실리 없는 실리주의”라는 비아냥이 돌았다.

2010년 11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전국적 초점을 형성했는데, 이경훈 집행부는 파업 파괴 구실을 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상승하는 현대차 노동자 투쟁의 분위기도 문용문 지부장 당선의 한 배경이었다. 2012년 1월 엔진공장에서 사측의 통제에 항의해 신승훈 열사가 분신 사망하자, 울산공장 엔진사업부는 전면 파업을 벌이고,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는 4천여 명이나 모여 사측을 굴복시켰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문용문 집행부가 오랜 염원인 주간연속2교대 도입과 임금의 대폭 인상을 이뤄주길 기대했다. 노조가 분리돼 있어 투표권은 없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새로운 민주파 집행부가 이경훈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했다.

실망

올해 3월부터 주간연속2교대가 도입됐다. 밤샘노동이 폐지된 것이다. 노동시간도 2백10시간 정도 줄었다. 이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용문 집행부는 주간연속2교대 문제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 2012년 4월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인 3무 원칙(노동유연화, 노동강도 강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에서 후퇴했다. 근무시간도 ‘1조 8시간/ 2조 8시간’이 아니라 ‘1조 8시간/ 2조 9시간’으로 합의했다. 그래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노동시간도 기대만큼은 줄지 않는 형태로 주간연속2교대가 도입됐다. 아울러 M/H 공동위원회 구성을 합의해 노동유연화의 길을 터 줬다. 문용문 지도부는, 현대차 사측이 노동유연화의 일환으로 도입한 기간제 일자리 촉탁계약직 채용도 합의해 줘 버렸다. 지난해 잠정합의안은 찬성 52퍼센트로 겨우 통과됐다.

게다가 올해 4월 특근 합의 결과 특근 수당이 깎여 임금 보전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특근 합의에 반발하는 저항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3년 임단협 투쟁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특근 합의 때 삭감된 임금이 보전되기를 바랐다. 기본급 대폭 인상, 정년 연장, 활동가들에게 내려진 손배가압류 철회도,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성률은 55퍼센트에 그쳤다.

비정규직 문제도 문용문 집행부 2년 동안 큰 진전이 없었다. 불법파견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물론 이경훈이 파업 파괴자 구실을 한 데 반해, 문용문 지도부는 지난해 7월과 11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체인력 저지 투쟁에 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사측이 신규채용 안을 내놓자 이 배신적 안을 교섭 의제로 올리려 했고, 결정적인 국면마다 후퇴를 종용하며 연대 투쟁 확대보다는 양보교섭을 종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사이익

민주현장과 금속연대 공동집행부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무너지고, 다른 민주파가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이경훈이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선거를 보면 민투위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여전히 큰 듯하다. 민투위는 1차 투표에서 11퍼센트를 득표해 4위에 머물렀다. 과거 민투위 소속 노조위원장들의 후퇴와 배신의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것이다. 이상욱 집행부는 2001년에 효성 연대 파업을 철회했고, 2005년에는 비정규직 류기혁 열사를 열사로 인정하지 않아 공장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윤해모 집행부 시절에는 주간연속2교대를 놓고 양보교섭을 하다가 급기야 무책임하게 사퇴했다.

하부영 후보가 결선에서 이경훈과 맞섰지만, 하부영 선본이 온건한 입장 탓에 선명한 대항마가 되기 어려웠다. 전에 하부영 후보는 주간연속2교대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을 하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쩌면 노동자들은 ‘같은 맛이면 버터 맛 나는 마가린보다 버터가 낫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부영 선본에는 이경훈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도 포함돼 있었고, 주간연속2교대에서 양보교섭을 한 윤해모 전 지부장이 하부영 선본을 지지했다.

현대차 투쟁의 전망과 활동가들의 과제

지난 2년은 현대차 노동자 투쟁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무쟁의를 끝내고 2년 연속 파업을 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특근 거부 투쟁이 벌어졌다. 특근 거부 투쟁은 무려 13주 동안 지속됐다. 문용문 지부장이 불만족스러운 조건으로 사측과 합의하자 노동자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투쟁은 10여 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현대차에서 벌어진 불법파견 비정규직 투쟁도 중요했다.

비록 이경훈이 당선했지만 현대차 투쟁이 큰 패배를 겪은 것도 아니고,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꺾인 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이경훈은 현대차의 핵심인 울산공장에서는 결선에서 하부영 후보보다 3천 표 가까이 적게 득표했다. 울산공장에서는 특히 사번이 낮은 젊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경훈의 득표가 더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경훈도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분배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임·단협 투쟁 집중”과 “주간 2교대제 문제점을 마무리”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고, “회사의 경영 비리,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조 파괴, 중대 재해, 단협 위반, 분배 거부, 임금 삭감, 물량 이관, 기득권 저하 등의 중대 사태 발생 시 강력한 파업투쟁을 단행하는 전투적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겠다고 했다. 이경훈 집행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현장 조합원들이 많음을 의식한 발언인 듯하다.

따라서 현대차의 전투적 활동가들은 현장 조합원들 속에서 불만을 행동으로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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