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자주민보〉 폐간 청구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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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신문법 22조에 근거해 〈자주민보〉 폐간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시 산하 심의위원회는 11월 4일 〈자주민보〉에 대한 ‘등록 취소 심판 청구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자주민보〉는 2003년부터 발행돼 현재까지 10년간 발행돼 온 인터넷 언론이다. 자신의 소개에서 “민족의 동일성 회복과 북에 대한 심층적 정보를 제공”하고 “통일시대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5월 21일 〈자주민보〉 이창기 당시 대표가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우파들의 〈자주민보〉 폐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누리당 의원과 보수 언론 들은 ‘어떻게 보안법 실형받은 사람이 발행하는 종북매체가 정상 운영하느냐’며 서울시에 〈자주민보〉를 폐간하라고 외쳐댔다. 서울시청 앞에서 우파단체들이 모여 ‘종북 매체 〈자주민보〉 폐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런 우파들의 압력에 굴복하고, 한편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표를 의식하며 〈자주민보〉 폐간을 결심한 것이다. 지자체가 인터넷 언론의 등록·발행정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심의위원회를 거쳐 폐간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자주민보〉 전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은 것”과 “기사 내용”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을 폐간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물론 〈레프트21〉은 〈자주민보〉가 표방하는 목적이나 주장의 상당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토론·논쟁할 문제지, 아예 입을 틀어 막아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동의하지 않아도,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사상이라 하더라도 말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한때 박원순 시장 자신이 말했듯이 “세계에 유례 없는 사상 탄압법인 동시에 시대착오적인 독재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언론을 폐간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소치다.
박원순 시장의 〈자주민보〉 폐간 시도는, 자유주의나 온건 개혁주의가 ‘표현의 자유’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박근혜 정부의 마녀사냥 광기가 몰아치는 가운데, 이에 도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편승하는 것은 오히려 우파만 강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