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공안 통치방식 강화는 자본의 이익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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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박근혜가 공안 통치방식을 강화하는 배경과 구체적 메커니즘에 대해 들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상임이사(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이호중 교수는 우익적 법질서 통치를 적극 비판해 왔다.
박근혜가 공안통치를 강화하는 배경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처음에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을 때는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국면전환용 아니냐 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이게 단순히 일회적인 국면전환용이 아닌 것 같아요. 뭔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한국 사회의 정치적인 지형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이것은 신자유주의, 양극화, 정리해고 등 대중의 삶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한 사회적 저항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고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 거라고 봐야 되겠죠. 궁극적으로는 노동운동의 무력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약한 고리라고 볼 수 있는 통합진보당, 소위 NL 쪽을 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그 후에 위헌정당 심판, 전교조 탄압, 공무원노조 탄압이 진행되고 있죠.
또,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것이 단순히 표현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주는 위축 효과라는 게 엄청난 것이거든요. 광우병 촛불 이후 경찰의 무관용주의 정책이 실제 집회 참가를 주저하게 만들었죠. 위축 효과, 연대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종북몰이’를 하며 국가보안법을 강화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군요.
국가보안법이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보안법 입건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고, 대부분 보안법 7조를 적용한 사건들입니다. 찬양·고무죄죠.
‘종북’이라는 것이 ‘시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이미지를 던져 주는 용어거든요. 자생적인 주체로서의 좌파 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거죠. 북한의 지령 한마디면 언제든지 위험한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계속 부각시키는 것이란 말이죠. 그래서 보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되고, 그런 식으로 보안법이 계속 확장돼 가는 국면이라고 봐야겠죠.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들에 해산명령, 강제해산 조처를 하겠다고 새누리당 심재철이 법안 발의한 게 있잖아요. 원래 그 내용이 이명박 때 보안법 개정안으로 발의됐었어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심판을 청구하면서 이적단체들도 해산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는 거죠. 이것도 보안법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봐야겠죠.
보안법이 이렇게 활성화되면 결국은 헌법 위에 보안법이 서는 현상이 발생하거든요. 소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특히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기본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도리어 반공적인 내용일 때만 헌법에 합치한다는 식으로 해석해 버리는 거죠. 그래서 예전에도 많은 학자들이 보안법이 전면에 등장하는 공안정국은 ‘헌법 위에 보안법을 내세우고, 헌법 위에 공안기구들이 배치되는 반헌법적인 질서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죠. 지금이 딱 그런 거죠.
또, 보안법이 단순히 처벌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공주의를 국가 이념으로 승화시키는 식으로 작동하고 있거든요. 모든 사회적·정치적 비판은 전부 종북세력이 뒤에 숨어 있는 것이고, 그들에 의해 세뇌당한 것이고, 그러니까 국정원과 검찰, 정부는 그렇게 오염되고 세뇌당한 국민들을 다시 세뇌시켜 정상적인 시민으로 만드는 사명감까지 가지게 되는 거죠. 심지어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도 마치 종북세력에 의해 세뇌당한 것으로 얘기하잖아요. 정부의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이 표출되면 무조건 배척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시민이 아니고 교정하고 세뇌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죠.
‘법과 질서’,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나요?
원래 국가 권력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권력을 제어하고자 하는 원리로 나타난 게 법치주의이거든요. 지금은 거꾸로, 시민들이 법을 잘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인 것처럼 선전하는데, 대단히 잘못된 것이죠.
그래서 비판적 학자들은 ‘법질서 정책’이라는 표현을 써요. 시민들에게 준법 의무를 강화시켜 주는 이데올로기, 안전 담론의 기초 베이스가 되는 이데올로기이죠. 레이건·대처 시절에 ‘로 앤 오더’(법과 질서) 정책으로 등장했고, 우리 나라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특히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떼법을 청산하겠다’느니 하면서 법질서 강조 전략을 공식적으로 내보이기 시작하죠.
어느 나라든 보수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사회 안전’이라는 화두를 강화하고 형벌권을 굉장히 강화하는 추세이거든요. [최근에는] 흉악범죄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의 나라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이슬람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는 식인데, 한국에서는 종북 매카시즘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보수진영에서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 “친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시민이 아니다” 하면서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문제 삼거든요. 흉악범죄에 관해서도 똑같이 얘기해요. 시민이 아닌 사람을 배척하는 거니까 사형시켜도 되고 [온갖 인권 침해가] 다 된다는 거죠.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굉장히 편협하게 ‘반공주의에 입각한 법질서만이 유일한 정당성이 있는 법질서다’라는 관념을 가지고 접근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점에서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탄압·위축은 이명박 정부 이후의 두드러진 현상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특히 종북, [그리고] 보안법을 근거로 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더 억압적이고 전면화되는 상황으로 봐야겠죠.
사실, 좌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미국도 유럽도 1950년대에 거의 끝납니다.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맥락에서 법질서 정책이 추구되는데요, 우리는 신자유주의 국면에서 나타는 법질서 이데올로기와 195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매카시즘이 서로 맞물려 있는 정국인 거죠.
결국은 종북이라는 것이 분단 체제의 특수성 덕분에 사회적 저항운동을 탄압하는 굉장히 좋은 이데올로기적인 수단으로 작용하는 맥락이라고 봐야겠죠. 사실, 남북 간 화해 국면으로 갔을 때는 종북 매카시즘이 지금처럼 강하게 작동하기는 어렵거든요. 대북 정책이 통일·외교 차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안정국과도 밀접하게 결합돼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죠.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나 내란음모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같은 걸 위헌의 근거로 댄 것도 얼마나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지 드러난 거잖아요. ‘민중’이라는 단어가 ‘국민’하고 똑같은 거지, 뭐가 다르겠습니까? 정당이 특정한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것은 우리 헌법에서 부정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위헌정당 해산의 요건으로 학자들이 보통 얘기하는 게 강령 자체가 헌법의 기본적인 질서(민주주의, 인권보장, 정당제도, 의회제도)를 부정하는 내용이 확실해야 하고, 그런 강령을 실천하려는, 즉 헌법을 전복시키는 의미를 가지는 구체적인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는 거죠. 실질적 위험성까지 있어야 하는 거죠.
내란음모 사건도 국기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내란을 위한 구체적 준비와 실행 계획들이 나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거든요. 학자들 대부분이 내란음모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에요. 현재 나와 있는 증거로는.
[그런데] 워낙 헌법재판소가 보수적 인사로 재편돼 있는 상황이라서 많은 학자들이 위헌정당이 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우려도 많이 해요. 실제로 독일에서 1956년에 독일공산당 위헌 결정이 나왔는데 사실 그때 독일 공산당의 강령 수준도 지금 진보당과 비슷해요. “외국 군대 철수”, “평화 통일”, “냉전 반대” 같은 것을 주장했거든요. 미국과 유럽 모두 매카시즘이 확 퍼졌던 시기에(1950년대 초·중반) 당시 독일 아데나워 정부가 해산을 청구했을 때 헌재소장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이었어요. 이 사람이 죽고 나서 검사 출신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고 상당히 압력을 넣었죠.
지금 한국 사회와 비슷해요. 헌재소장도 공교롭게 공안검사 출신이고 전체적으로 헌재가 보수화돼 있죠. 과연 정부 입장을 헌재가 대놓고 거절할 수 있겠느냐,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 위헌정당 결정이 나오기를 희망할 텐데. 아니라는 결정이 나왔을 때 후폭풍은 박근혜 정부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가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엄청난 압력을 헌재에 가할 겁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위헌정당 결정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끌 것 같긴 합니다. 독일도 5년 걸렸고요. 현실적으로 빨리 나오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진보진영에게 제2의 민주화 운동을 주문하기도 하셨는데, 구체적 과제는 무엇일까요?
노동운동이 주력이 되면서 연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지금 그런 식의 연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해야 할 텐데, 하나는 정치적 민주주의이죠. 사상의 자유, 보안법, 공안정국 문제를 민주주의 파괴라는 관점에서 계속 문제 제기하고 연대를 만들어 가는 작업들이 있겠고, 또 하나는 사회·경제적 차원의 민주주의로 삶의 질, 평등, 양극화 해소도 하나의 전선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할 텐데요. 말은 쉽지만 제대로 되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긴 해요.
박근혜 정부도 촛불 지켜보니까 ‘별거 아니네’ 하면서 정면돌파로 나오는 거거든요. 만약에 광우병 때처럼 커졌다면 내란음모 터뜨리는 등 이런 식으로 나오지 못했겠죠. 뭔가 절충안을 찾으려고 했겠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정면돌파로 치고 나가도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겠죠.
내란음모 때 다른 진보진영이 발 빼기 바빴잖아요. 노회찬·심상정도 ‘헌법 밖 진보’라는 말도 하고. 진보당이나 NL 진영에 대한 진보진영의 신뢰가 많이 무너져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정부도 그걸 아니까 약한 고리를 공격한 것이겠고. 내적인 비판과 성찰을 하면서도 함께할 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진보당을 쳤지만 결국 표적은 노동운동으로 오게 될 텐데요. 물론 노동운동이나 좌파진영을 쉽게 치진 못하겠지만 야금야금 쳐내게 될 텐데요.
내년 되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올해는 박근혜가 전두환 잡은 거하고 개성공단 주도권 가진 모양새로 된 거 말고는 한 게 없잖아요? 1년차 프리미엄 빠지고 나면 매카시즘 같은 공격이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쟤네들도 더 조바심 나서 밀어붙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가 조금 더 내실을 다지면서 기다려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 ‘뻘짓’ 할 때가 오니까. 그런 게 반격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정치적 민주주의의 파괴, 양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파괴를 계속 드러내는 작업들을 하면서 연대체를 계속 잘 꾸려 나가는, 그러면서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 그런 길 아닐까요.
인터뷰·정리 김문성 / 녹취 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