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탄압이 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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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악, 구조조정, 임금·수당 삭감, 시간제 공무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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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무원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를 내년 초에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개혁’안을 내놓으려 한다.
지난번 연금개악 때는 공무원노조가 발전위에 개입하는 바람에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노조를 배제하고 ‘전문가’들이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그러한 대표적인 ‘전문가’가 바로 박근혜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임명한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다. 문형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일 때, 공무원연금의 내는 돈은 올리고 받는 돈은 낮추고, 동시에 지급 개시 연령도 더 늦춰야 한다고 한 인물이다.
그뿐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개혁’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연금 제도가 더 나아진다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연금 통합의 핵심은 하향평준화다.
2007년 국민연금을 ‘용돈 연금’으로 만드는 대대적 개악이 있었으니 ‘형평성’에 맞게 공무원연금도 개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형표는 신자유주의 연금 개악의 선봉장답게 1억 원에 가까운 민간 연금에 가입해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자가 꿈꾸는 미래다. 즉, 국가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알아서 살 길을 찾는 것 말이다.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모든 복지를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공무원 기득권”
게다가 정부는 중앙부처 공무원 정원을 해마다 1퍼센트씩 줄이겠다며 공무원 정원도 줄이려 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 탓에 신규 채용이 제한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공무원들이 줄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도 안 됐는데도 인력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한 “정부 3.0”의 핵심은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안전행정부 장관의 말이 있은 지 4일 만에 이 정원 감축 얘기가 나왔다.
한편,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인 시간제 공무원 도입도 이제 국무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내년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수당 통제를 강화하더니 공무원연금 개악 추진, 시간제 공무원 도입에 이어 인력 감축까지 진행하는, 그야말로 ‘파상공격’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의 안정적 일자리와 공무원연금 등을 모두 “기득권”으로 매도하며 공격한다. 그러나 “공무원 기득권” 운운하며 벌이는 공격은 단지 공무원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공격은 곧바로 공공부문으로 이어졌다. 공무원 실질임금 삭감은 공공부문에도 적용됐고, 정부는 공공기관 임단협까지 문제 삼고 있다. 잔치를 한 적도 없는데 “잔치는 끝났다”면서 말이다.
시간제 일자리도 그렇다. 처음에는 공무원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공부문에도 시간제 일자리를 강제 할당했다. 더 나아가 최근 삼성이 내년에 시간제 일자리로 6천 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민간 기업에서도 시간제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 문형표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기초연금 다 받겠다는 건 욕심”이라고 했다. “정확한 정보와 통계를 바탕으로 여건에 맞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작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현실, 노인 가구의 45퍼센트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산다는 ‘통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문형표의 말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추진하면서, 기초연금 공약 폐기에 대한 반발로 잠시 접어 둔 국민연금 개악도 다시 꺼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는 “국고보조금 사업도 비효율”이 많다며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했다. 국고보조사업이란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일정 비율씩 나눠서 부담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서 보듯이, “비효율”을 “개혁”한다면서 사회 전체의 복지 수준도 낮추려는 심산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철밥통’, ‘신의 직장’ 운운하며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간질과 탄압
이처럼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동자를 공격하는 것은 전체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땅고르기다.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먼저 공격하는 것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기 때문이다. 상시적 구조조정에 대한 위협과 불안한 노후 전망에 시달리는 민간 부문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서로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기초연금 축소에 대한 불만을 공무원연금으로 돌리고, 반값등록금 공약 폐기에 대한 불만을 국공립대 공무원 수당으로 돌리고, 복지 예산 부족을 핑계로 공무원 임금을 삭감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각개격파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주, 주류 언론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해 온 오래된 전술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우는 순간 이런 전술은 완전히 무력해진다. 그러려면 서로의 이익을 옹호해야 한다.”(《기초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개악의 쟁점 –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쟁과 대안》, 노동자연대다함께)
공무원·공공부문 노동자가 비교적 나은 처지에 있다고 해서 이를 방어하는 것을 죄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수세적 태도와 불가피하지 않은 양보는 도리어 정부와 기업주의 책임 회피만 정당화할 뿐이다.
한편 정부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손쉽게 하기 위해 노조 조직 자체도 공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노조 서버를 수차례 압수수색 했다.
한 일간지는 공무원노조를 연금 개악을 막는 장벽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번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모두 개악하려던 정부가 공무원연금 문제에서는 좌절했는데, 그 이유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대상자들은 노조로 단결해 조직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불과 1년 전 조합원 5만 명이 모인 총회를 성사시키는 저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려고 해고자를 문제 삼으며 공무원노조의 노조 설립신고를 계속 반려했다.
연금개악, 구조조정, 임금·수당 삭감, 시간제 공무원 도입 등 경제 위기 고통전가 시도와 대선 개입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노조 탄압은 동전의 양면이다. 정부가 ‘철밥통’ 운운하며 이간질하는 것에 속지 말고 소속 부문을 넘어 서로 연대하자.
기초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개악의 쟁점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쟁과 대안
박천석, 장호종 지음 / 64쪽 /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