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승인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정부는 교학사 〈한국사〉의 검정을 승인하고 아예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려 한다. 국무총리 정홍원과 새누리당 의원 김무성 등은 국정 교과서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놨다.
교학사 〈한국사〉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해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교학사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듯이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7종에 수정명령을 내렸다.
교학사 〈한국사〉를 구하려고 다른 교과서들에도 수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것이다. 지난 2월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라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위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교육부의 이번 수정명령은 독재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명시하라는 식이다.
수정명령을 받은 출판사는 수정명령을 수용해 7곳 모두 수정·보완 대조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교학사를 제외한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달 4일 교육부를 상대로 한 수정명령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며 수정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국정 체제로의 회귀를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해방 이후 중고교 국사 교과서는 검정 체제였다. 이를 국정화한 것은 박정희 정권이었다. 유신 선포 이후인 1974년 ‘주체적 민족사관 확립’을 이유로 국정화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검정 체제로 발행하던 11종의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1종의 국정 교과서로 통일시켜 버렸다.
자유발행제
박정희 정권은 독재를 정당화하고 반공 교육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적 통제 수단으로 국정 교과서를 활용했다. 박현서 전 한양대 교수는 “[박정희 정권 때] 중등 교과서를 집필했는데,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역사 교과서의 경우, 초등학교는 국정제, 중고교는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1946년 이후 현재까지 줄곧 국정 제도를 채택해 오고 있다.
역사 관련 중고교 교과서에 검인정제도가 사실상 도입된 것은 2002년 〈한국근현대사〉 발행이 처음이었다.
또한 국정 교과서인 고등학교 〈국사〉가 학교 현장에서 쓰이지 않게 된 것은 아직 3년이 채 되지도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인정제 이후 우파들은 남북 분단보다는 민족 통일을 옹호하고 기존 교과서에서 거의 다루지 못한 북한 현대사를 소개했다는 이유로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를 ‘종북’, ‘좌편향’, ‘빨갱이’ 교과서라고 비난했다.
사실 검정 제도도 여전히 검열 체제이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교과서 ‘집필 기준’은 그 입맛에 맞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는 ‘검열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정제나 검정제가 아니라 자유발행제를 지지한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정부는 검정 제도조차 거추장스러워 하며 다시 국정 체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독재와 제국주의를 옹호하며 기업의 끝없는 이윤 추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주의 교육 강화를 막으려면, 교학사 〈한국사〉를 폐기시키라고 요구함과 동시에,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도 반대해야 한다.
또한 역사 교과서 검정제도를 지지하지 않으면서도(물론 지금으로선 검정제도를 반대할 수도 없다), 진보적인 한국근현대사 도서와 소책자, 논문들을 알기 쉽게 써서 청소년들에게 보급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라는 목적과 형식 자체에서 벗어난, 자유 토론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글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