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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업무 복귀에 즈음한 노동자연대다함께 성명

철도 파업이 파업 참가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노조 지도자들에 의해 일방으로 종료됐다. 물론 이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광범한 저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기쁘거나 흔쾌한 마음으로 업무 복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조합원들은 국회 소위에서 철도 민영화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당장 징계에 맞서 싸울 걱정이나 징계받을 걱정을 해야 한다. 흔해 빠진 징계 ‘최소화’ 약속조차 받은 게 없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자의 일부는 아예 대량 보복 해고의 제물이 될지 모른다. 또, 민영화로 갈지 모를 이후 상황에서 외주화 등 신자유주의 공세로 현장 조합원들은 해고나 노동강도 강화나 임금 삭감 등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노조 위원장이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의 12월 28일(토) 집회 연설처럼 “철도 투쟁은 승리했습니다!” 하고 말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런 주장은 그저 여야 정당간 교섭이 이뤄질 것이고 그 교섭을 위한 실무 기구에 노조측이 포함될 것이라는 협상 지상주의에 따른 노조 지도자의 매우 자기 중심적인 평가일 뿐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브로커 구실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오늘 오전 브리핑과도 닮았다. 파국을 막았다며 별로 얻은 것도 없는 협상을 반기기는 진보당 논평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근혜가 승리한 것도 아니다. 박근혜는 철도 파업으로 권위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미 파업 초기에 시민의 다수가 민영화 전망을 놓고 민영화 계획 절대 없다는 정부의 말이 아니라 수서발KTX 회사 설립이 민영화의 출발점이라는 노동조합의 말을 믿었고, 박근혜의 지지율은 4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심지어 지금 이 시점에는 33퍼센트밖에 안 되는 걸로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지고, 젊은층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다.

이런 정치적 효과는 철도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에 역대 최장 파업을 견디며 영웅적으로 파업 투쟁에 참가한 덕분이다. 파업 참가자들의 이런 헌신과 규율, 투쟁성 덕분에, 파업 동참 길이 막혀 있던 필공 분야 조합원들도 집회 참가는 물론 심지어 그중 일부는 파업 동참조차 할 태세였다.

또, 철도 파업은 광범한 대중에게 철도 민영화의 위험성을 광범하게 알리고, 또 그들의 지지도 폭넓게 받았다. 그리고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박근혜에 맞서 저항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던 광범한 노동자와 학생, 그리고 장애인과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차별받는 사회집단들에 희망을 안겨 주었다. 연말 선물로 최고였다.

게다가 철도 파업을 지지해 연행이나 구속, 부상의 위험을 감수한 수많은 청년, 정치·사회단체 회원, 다른 노조 조합원(전교조 위원장을 포함해) 등 수많은 사람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 있었다. 우리 단체 회원들도 1년반 남짓 전부터 철도노조원들을 응원해 민영화 반대 운동에 동참했고, 이번 연말 동안에는 여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성과 헌신성, 수많은 대중의 성원은 내년에 성과를 낼 것

철도 파업으로 박근혜에게 저항할 자신이 생겼고, 또 철도 노동자들에게 일체감을 느끼며 제공한 연대 덕분에 내년에 다른 많은 투쟁이 일어날 것이다. 박근혜도 더욱 표독해져서 칼자루를 휘두르고 마녀사냥과 매카시즘을 재개할 것이다. 그러다 이번처럼 무리수를 두는 일도 또 있을 것이다. 특히, 정치적 정당성에 금이 많이 가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칼을 휘두를 수는 있어도 칼 위에 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기만을 위한 유화책도 있을 수 있고, 이런 냉탕과 온탕 오가기가 오히려 사면초가를 불러 정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도부가 이런 영웅적 운동의 공적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김명환 위원장 등도 민주노총 침탈에 영리하게 저항하는 등 공로도 있고, 고생도 많았다. 또, 곧 추운 겨울에 구치소와 아마도 지방교도소 수감 생활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에서는 소수 정예의 영웅주의보다는 대중의 자발적 활동이 훨씬 중요하다. 이 점에서 지도부는 민주적이지 못했다. 일방적 파업 종료 선언도 그렇지만, 처음에 전면 파업 결정을 필공 파업으로 축소키로 한 결정도 그렇고, 전면 파업으로의 확대가 절실한 시점에서조차 결코 확대를 선언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력 파업을 멀찍이 미뤄 놓는 것도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철도 노동자들은 이번에 자신의 저항 잠재력을 깨달았을 것이다. 정부와 공사의 사용자들도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두려우면서도 더 억압하고 싶을 것이다. 그 결과는 틀림없이 탄압과 회유를 섞는 것과,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전술일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업무에 복귀하고 나서도 징계·외주화·분할 민영화 등에 저항해야 하는 다음 라운드들이 남아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남은 라운드들에서는 정치가 특히 중요하다. 이때 정치는 국회 등 제도권에서의 정당 간 게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 연대를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주장과 활동을 펴는 것이다. 특히, 각개격파를 노린 이간질에 맞서야 한다.

우리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지금까지와 꼭 마찬가지로 철도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힘 닿는 한 철도 노동자들의 저항에 동참할 것이다.

2013년 12월 30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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