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 투쟁:
“이제 아줌마라고 무시하는 사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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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지난해 1월 9일 노조를 결성하고 ‘0.5시간 계약제’ 폐지, 노동조건 개선,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12월 말 전국적으로 지부별 순환 파업을 진행했고, 전 조합원 동시 하루 파업을 앞둔 1월 9일 새벽 사측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홈플러스노조 영등포지부 정미화 지부장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대해 말한다.
홈플러스 영등포매장 수산코너에서 6년째 일하고 있어요. 일도 고되고 힘들지만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관리자들이 아줌마들을 군대식으로 다루고 억압적인 분위기였어요. 아줌마끼리 마음 놓고 말도 못했죠.
처음 들어오면 6개월 동안은 알바로 일을 하는데 회사에 밉보이면 계약을 연장할 수 없어요. 또 2년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해고당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찍소리 안 하고, 반항 안 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해요.
그러다 보니 절실하게 노동조합이 필요했어요. 아줌마들이 경험이 없어도 ‘우리는 왜 노동조합이 없지?’, ‘노동조합이 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그래도 막상 노동조합을 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겁이 났죠. 처음에는 겁나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했다가 잘릴 수도 있는데 누가 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때 이마트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 계기가 됐어요. 이마트 위원장님이 오셔서 “노동조합은 겁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마트 노조가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것을 보니 정말 ‘이때가 기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도 우리를 위해 나서 주지 않고, 목소리 높여 주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시작하니 반응들이 엄청 좋았어요. 동시에 막 가입을 하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40~50명이 가입을 했어요. ‘아, 이거 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줌마들이 서로 똘똘 뭉쳐서 격려하면서 조직을 했죠. 그게 벌써 1백 명이 넘어요. 전국적으로 1천5백 명이 가입을 했어요.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을 하면서 부서마다 일하는 시간도 다르고 시급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는 7시간 30분을 일하는데 고객센터는 6시간 30분, 계산대에서 일하는 언니들은 4시간 30분, 5시간 30분 다 다르더라고요.
8시간 일을 하면 1시간 유급 휴식시간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7시간 30분을 일하기 때문에 점심시간도 무급이고, 쉬는 시간도 없어요. 일주일에 몇 시간씩 연장근로를 하지만 연장수당을 못 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월급명세표를 주지도 않고, 줘도 계산법을 몰랐어요.
2교대라 오전조·오후조가 인수인계 회의를 하는데 퇴근시간 이후에 10~20분씩 걸리죠. 또 손님이 오면 [퇴근] 시간됐다고 갈 수는 없잖아요. 미리 와서 옷 갈아입고, 근무시간 10분 전에 내려가고, 끝나면 다음 조하고 미팅하고… 실제 일하는 시간은 8시간도 훨씬 넘는데 회사는 7시간 30분만 임금을 주고, 1시간 유급 휴게시간도 안 주고, 30분 연장수당도 안 주는 거예요. 회사가 우리를 등쳐먹고 있는 거죠. 우리는 맨날 공짜로 일해 준다고 말해요.
우리가 0.5계약제 문제를 제기하니까 회사는 법에 걸릴 것 없다고만 했어요. 교섭에서 우리가 유급휴가 요구하니까 높은 사람이 “휴가가 왜 필요하냐”고 했다는데 할 말 다 한 거죠.
그래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내서 부당한 일을 따지기 시작했어요. 옛날처럼 참지 않아요. 두려움이 없어진 거죠. 관리자에게 대들면 잘릴까, 인사고가 점수에 불이익이 와서 무기계약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부분 파업(지부별 순환 파업)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노조에 가입은 했지만 파업하는 것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부산, 울산에서 먼저 했다고 하니까 용기를 얻었죠. 간부들이 조합원들을 만나서 설득했지만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부분 파업 날 매장 앞에 조합원들이 다 나온 거예요. 정말이지 감동스러워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거잖아요. 그런데 기본적인 요구조차 안 들어 주는 것은 아줌마라고 우리를 무시하는 거예요.
철도 파업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처음에는 파업한다고 경찰이 잡아간다고 하니까 겁이 났는데 시민들이 호응하는 것을 보니까 우리가 정당하면 지지받고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는 파업 하루 하면 돈이 얼마 깎인다면서 협박하고 회유했지만, 9일에 파업했으면 다 나갔을 거예요. 우리는 싸울 준비가 됐거든요. 그걸 아니까 회사가 양보한 것 같아요.
잠정합의 하고 다들 엄청 좋아해요. 7시간 30분 일하던 사람들은 2년 안에 단계적으로 8시간 노동으로 다 바꾸기로 했어요. 계산대는 6시간 20분이라고 0.2 계약도 했는데 그건 당장 없어졌고요. 더 이상은 0.5계약으로는 직원을 안 뽑기로 했어요.
물론 단계적 시행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앞으로는 16개월 일하면 무기계약직 전환도 되고, 유급 휴게시간 30분도 받게 됐어요. 노동조합 사무실, 전임자 등 노조활동도 보장받았고요. 3월부터 임금협약 시작하니까 이 때 더 강하게 싸워서 아쉬운 것도 다 따내자고 조합원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제 아줌마라고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 투쟁은 이제 시작이에요.
인터뷰·정리 조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