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1인 승무 시범 운행 저지 투쟁:
제천·청량리 기관사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체면을 구긴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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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가 2월 5일부터 기관사 1인 승무 시범 운행을 기습적으로 시작했다. 사측은 중앙선(청량리~제천) 여객열차와 경부선·전라선 화물열차 기관사 1인 승무 시범 운행을 하고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중앙선은 상행과 하행이 함께 다니는 단선 구간을 포함하고 안전 시스템도 미흡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열차 차장도 없는 화물열차를 기관사 혼자 책임지는 일은 매우 위험한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시범 운행 첫날부터 제천과 청량리기관사 지부에서 즉각적인 저지 투쟁이 시작됐다.
시범운행 첫날 아침 제천역에서는 제천기관사지부 노동자 50여 명의 격렬한 항의에도 사측 관리자 1백여 명이 총동원돼 노동자들을 가로막았고, 제천 승무사업소 소장이 직접 기관사실에 타 시범 운행을 강행했다. 이 열차가 도착하는 청량리역의 기관사들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내려 보내는 열차의 시범 운행을 저지하려고 열차의 기관사석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통쾌하게 시범 운행을 막았다. 사측 관리자의 탑승을 막고 청량리 조합원이 탑승해 2인 승무로 열차가 출발하자, 노동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첫날 ‘준비 부족’으로 사측한테 당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제천 기관사들은 다음날 두 배로 모였다. 제천차량지부 노동자들과 제천대책위도 합세해 1백 명이 대열을 이루고는 기세 좋게 사측 관리자들을 밀어내고 시범 운행을 저지했다. 그리고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청량리 기관사 지부도 시범 운행 저지에 나섰고, 시범운행을 기필코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사측은 중간 정차 역에서 부기관사를 협박해 열차에서 내리게 하는 등 비열한 꼼수를 부려 시범 운행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사측의 시범 운행은 노동자들의 항의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고무적이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대책위들이 1인 승무 시범 운행을 막는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기습적인 기관사 1인 승무 시범 운행을 반드시 좌절시켜야 한다. 노조의 지적처럼 ‘공사가 기습적으로 시작한 화물열차 단독 승무와 여객열차 1인 승무, 화물차량 정비주기 연장은 화물 물류자회사 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인데, 이를 위해 기관사들을 제압하는 것이 사측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또, 지금 사측은 철도노조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사 부문을 집중 공격해 전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사측은 파업 때 투입한 대체 인력을 서울KTX기관사로 발령을 내는 도발을 감행했고, 앞으로 KTX 기장을 비조합원 팀장으로 채울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게다가 조만간 시행될 기관사 사업소 통폐합, 강제 전환배치 등 기관사들에 대한 만만치 않은 구조조정도 예고된다. 따라서 기관사 1인 승무 저지는 계속되는 철도 민영화와 인력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기관사들의 1인 승무 시범 운행 저지 투쟁 승리는 철도 노동자들 전체의 사기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지금 광범하게 벌어지는 사측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이번 투쟁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