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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 계획’:
노동계급의 고등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 설 연휴 직전, 교육부가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총 16만 명 감축하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 추이에 따라 3주기에 걸쳐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 정부는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해 5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모든 등급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겠다고 한다.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매우 미흡’)을 두 차례 받으면 퇴출 대상이 된다.

교육부는 이번 정원 감축안이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립대학 위주의 대학 시스템과 사학법인들의 부실과 부패, 턱없이 적은 정부 지원 같은 핵심 문제를 놔둔 채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부패 사학에게는 특혜, 학생과 교직원에게 고통 떠넘기기 대학 구조조정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이미진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고등교육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산학협력 활성화와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학이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도록 압박하려 한다.

새로운 대학 구조조정 계획의 세부 사항은 아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월 29일 발표에는 평가방식과 평가지표, 반영 비율, 등급별 정원 감축 비율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지방대학이 구조조정으로 타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6월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 발표를 미룬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 등급 확정과 전체 대학 정원 감축 계획 발표를 내년 하반기로 잡고 있는데, 자세한 대학 평가 방안은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듯하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 일정을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2월부터 국회에서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안’(가칭)을 제정하려는 계획 때문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사학들에게 특혜를 주는 내용이 적어도 두 가지 포함된다.

하나는 정원 감축으로 대학이 지켜야 할 교육용 재산기준이 완화되면 그만큼 남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즉, 등록금으로 만든 교육용 기본재산을 법인의 재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을 정리할 경우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가져갈 수 있도록 사학의 퇴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잔여재산을 다른 교육법인에게 넘기거나 국가에 귀속시키게 하는데,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부실사학들의 먹튀를 허용하며 국고를 축내는 것이다.

구조조정 촉진을 내세우며 저투자로 대학을 부실하게 만들고 고액 등록금으로 배를 불려온 사학법인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먹튀

3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해 5등급화하고 재정 지원을 차등화하겠다는 계획도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가뜩이나 심각한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기고 서열 중하위권 대학들에 더 큰 구조조정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동안 국가는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켰다. 지난 10년 동안(2003~2012년) 사립대 국고보조금 총액의 42.5퍼센트를 상위 10개 대학이 받았다. 그 가운데 연세대·고려대 두 대학이 받은 금액이 무려 15.4퍼센트를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 평가는 부유층 자녀가 많이 다니는 소수 사립대학들에 국고 지원을 집중해 온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고등교육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장학금 지원을 제외하면 대학 운영 예산 지원은 거의 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가 각종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면 대학 당국의 꼼수나 관료주의만 강화되고 애꿎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기 십상이다.

대학 경영진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손쉽게 사용할 방법은 교직원 임금 삭감이나 해고다. 최근 몇 년 새 잦아진 대학 구조조정으로 청소 노동자나 시간강사 같은 가장 열악한 처지의 대학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교수와 직원들 사이에서도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고른 지원

그리고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을 기업을 위한 인력 양성소나 연구기관이 되도록 더욱 부추긴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들이 기업들의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해, 학과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도록 유도하고, 대학 ‘특성화’ 정책으로 산학협력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청년들의 실업난을 대학 교육 탓으로 돌리며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대학교육을 더욱 편협하게 만든다.

향후 정부의 대학 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들에 정원 감축과 재정 지원을 연계하면 개별 대학들은 비인기 학과 위주로 정원을 줄이면서 학과 통폐합을 시도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기업들의 단기적 수요 변화를 반영해 학과 통폐합이 잦아지는 경향은 학생과 교직원 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교육기관의 장기적 발전도 저해할 것이다.

노동계급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학생과 교직원 들에게 피해를 입힐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계획은 폐기돼야 한다. 비리 부실 사학에게 특혜를 주려는 입법 시도도 좌절돼야 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립대학들의 법인을 퇴출하며 국공립화하고, 소수 대학이 아니라 모든 대학들에게 국고 지원을 크게 늘려 교육 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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