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동운동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진실:
“시간제 일자리 천국”이 아니라 여성 차별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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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 덕분에 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의 월간 《사회주의자》의 기자 로프 게렛센은 네덜란드 시간제 일자리의 진실과 여성들의 현실을 말한다.
네덜란드의 정치 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은 관료주의적 개혁주의와 노사협조주의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로는 주로 ‘폴더 모델’의 전통이 강했다. 폴더 모델은 노조 상층 관료, 사용자 단체, 정부가 정기적으로 만나 협상과 심의를 하는 제도로, 양자·삼자 협의의 항구적 체계이고 노동시장 규제 등을 다룬다. 폴더 모델은 사민당과 부르주아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전통과 결합됐다. 핵심은 단체협약
‘협약의 어머니’인 1982년 ‘바세나르 협약’
1980년대 초는 1950~60년대 자본주의 경제의 ‘황금기’가 끝난 이후에 찾아온 경제 위기와 경기 후퇴의 시대였다. 1974~75년의 전반적 세계경제 위기에
네덜란드에서 복지국가는 주로 1950~60년대에 형성됐다. 1950년대에 복지 영역에서 수많은 법안
바세나르 협약이 체결된 직후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했고, 이는 장기적인 전국 파업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실업에 맞서 싸우며 주간 노동시간을 확실히 단축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민영화와 규제 완화뿐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도 착수하고 싶어 했다.
1980년대에 실업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그랬다. 그리고 23세 미만의 청년 노동자들은 ‘청년 임금’이라는 매우 고약한 임금 체계의 적용을 받아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았다.
시간제 일자리, 유연화, 실업
네덜란드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가장 많은 나라였다. 주로 여성이 많았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랫동안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했고, 1950년대 말까지
이런 생활 습관과 이데올로기는 1960년대에 바뀌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여성운동의 두 번째 물결이 광범하게 일어나면서 더 빨리 변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에 자본주의 경제는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고
현재 미국에서 시간제 노동자의 비율이 전체의 19퍼센트인 것에 비춰 네덜란드에서는 46퍼센트다. 성인 남성은 19퍼센트, 성인 여성은 73퍼센트가 시간제 노동자다.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점 중 하나는 당연히 임금도 시간제로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직종이든 다른 직종이든 여성은 언제나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네덜란드가 유럽의 남녀 동일임금 규정을
시간제 일자리 비율이 높은 것이 한 이유가 돼서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은 남성보다 상당히 낮다
시간제 일자리로 강화된 여성 차별
노동 시장에서 여성들이 차별 받는 문제는 시간제 일자리 탓에 악화됐다.
1950년대 말 이래 남성 한 명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지배적 가족 모델은 서서히 현실에 길을 내줘서 이제는 1.5명이 돈을 버는 가족 모델
그러나 한부모 가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에도 일을 줄이지 않는다. 2009~11년에 이런 여성의 비율은 50퍼센트에서 54퍼센트로 증가했다. 반면 일하는 시간을 줄인 여성의 비율은 40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줄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일을 그만두는 여성은 전체의 10분의 1이다. 그리고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여성들은 일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릴 수 있다.
4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모가 공식 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49퍼센트에서 2011년 44퍼센트로 떨어졌다. 반면, 4~12세 아동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맡기는 경우는 증가했다. 고학력 여성은 공공 보육 시설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여성은 육아 휴가를 남성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
네덜란드 인구의 다수는 아이가 있는 여성은 일주일에 2~3일, 아이가 있는 남성은 4~5일 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인구의 압도 다수는 부부가 무급 노동
네덜란드의 노동시장
2013년 11월 네덜란드의 공식실업률은 약 7퍼센트였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 평균인 12.1퍼센트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거짓이다. 어떤 사람들은 더는 실업자로 등록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80만 명은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중 다수는 얼마 뒤 파산하거나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게 돼서 사실 실업자나 다름없지만 실업자로 집계되지 않는다. 그들은 국제적으로 사상 최대로 커진 ‘워킹 푸어’
2008년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는 《네덜란드의 저임금 노동》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저임금 노동’에 대한 어떤 합리적인 기준을 다 적용해 봐도, 미국 임금노동자의 4분의 1은 저임금 노동자다.” 그는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솔로우는 네덜란드에서 18.2퍼센트가 저임금 노동자이며, 시간제 일자리가 저임금 노동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그는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의 천국”이라고 말하고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전일제 노동자들보다 시간당 임금을 적게 받는다. 심지어 시간제 노동자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들에서도 그렇다.” 대체로 저임금 노동은 서비스 부문에, 여성들에게, 청년들에게, 시간제 일자리에, 저학력자들에게 가장 많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실업은 이런 상황을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1979년에 40퍼센트였던 청년층의 저임금 노동 비율이 2002년에는 61퍼센트로 올랐다. 저임금 노동이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저임금 노동은 이주민과 소수민족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고 전일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유연하고, 불안정하고, 임금이 더 적은 일자리를 가지라고 강요받곤 한다. 지금 같은 위기 시기에 정부는 여러 부문, 예를 들어 예술 부문과 의료기관에서 재정 지출을 줄인다.
유연 노동은 기간제, 초단시간 호출 노동, 시간제 일자리 등 서로 매우 다른 종류의 비정규직을 섞어 부르는 말이다. 독일에는 미니잡
네덜란드에서 의료와 복지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시간제 일자리이다. 반면 같은 부문의 남성은 오직 30퍼센트만이 시간제 일자리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시간제 일자리다.
25~64세 인구 중에서 남성들은 여전히 평균적으로 여성들보다 약간 더 많이 교육받고 있지만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 가장 젊은 집단
전체 노동인구 중에서 여성의 수는 여전히 남성보다 적지만, 여성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11년 15~26세 노동참가율의 남녀 차이는 4퍼센트포인트로, 27~64세의 17퍼센트포인트보다 훨씬 작다. 오늘날 네덜란드는 유럽연합에서 고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성인 여성의 고용률은 1979년 44퍼센트에서 2005년 65퍼센트로 증가했지만, 같은 시기에 남성의 고용률은 90퍼센트에서 81퍼센트로 떨어졌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는 7백만 명이 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35시간씩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만 고용됐다고 가정하면 전체 노동자는 5백90만 명이었을 것이다. 2011년에 20~65세 여성의 64퍼센트는 적어도 일주일에 12시간을 일했다. 2001년 이 수치는 54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여성들은 학력이 높을수록 일자리를 갖는 경우가 더 흔했다. 노동참가율은 대체로 비서구권 출신 이주 여성에게서 더 낮았다. 2001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전일제로 일하는 여성은 1만 9천 명 많아졌고 시간제로 일하는 여성은 44만 1천 명 많아졌다.
주당 1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의 거의 4분의 3이 시간제로 일한다. 고학력 여성들은 주당 28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결혼은 했으나 아이가 없는 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1시간에서 35시간까지 다양하다. 노동시간이 짧은 일자리일수록 수가 많고, 임금이 적다. 2006년 이래 여성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약 26.4시간이었다. 반면, 남성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약 38.2시간이었다.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은 노동시간이 가장 짧고, 자녀가 있는 기혼 남성은 가장 길다.
여성들은 상업 부문에서는 3분의 1을, 비상업 서비스 부문에서는 3분의 2를 차지한다. 보건의료는 여성들이 매우 많은 부문인데, 직원의 80퍼센트가 여성이다. 보건의료 부문은 유일하게 관리직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부문이다.
‘강제된 노동’
실업이 증가하고 복지국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1980년대 초 이래 실업자들은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고 일종의 ‘자발적’ 노동을 하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최근 정부는 이런 ‘강제된 노동’
우리는 사람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자유롭게 선택’
그리고 우리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이것은 바세나르 협약 같은 노사협조주의적인 합의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조와 생산 현장과 사회적·정치적 삶에서 우리 자신의 힘을 키워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아동과 노인을 돌볼 더 저렴한 시설이 필요하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가사 노동을 더 공평하게 분배하고, 가사 노동과 교육을 더 많이 사회화하길 바란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더 ‘힘든’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 노동조건이 형편없고 노동시간이 유연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시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를 조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우리는 많은 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급진적으로 오래 지속된 것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