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진한 대학 청소 노동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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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부터 6일째 본관 점거농성과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인 경희대 청소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두며 투쟁을 마무리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시급 5천7백 원에서 6천2백 원으로 인상됐고, 식대 2만 원, 명절 상여금 1만 원이 인상됐다. 파업 기간의 임금도 보전받기로 약속했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약 10퍼센트가량 인상됐다. 비록 애초 요구인 시급 7천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총의 임금 인상 가이드 라인 2.3퍼센트에 견주면 높은 수준이다.
또한 경희대학 당국이 먼저 나서서 합의하자고 했는데, 이는 사실상 대학 당국이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사실, 누구나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대학 당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교섭에서도 용역업체는 “이 이상은 원청이 거부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며 자기는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는 걸 털어놓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총회에서 “이제는 직고용을 쟁취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1천6백 명
이번 경희대 청소 노동자 투쟁은 공공운수노조·연맹 서경지부 소속 서울 지역 14개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의 일부였다.
14개 대학의 노동자 1천6백 명은 “우리가 손자 용돈 주려고 일하는 것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학교가 우리에게 주는 돈이 많다고 하는 것은 아침, 점심, 저녁을 라면에 김치만 먹고 숨쉬기 운동만 하고 절대 아프지 말라는 것과 같다” 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인권 침해 문제도 노동자들의 핵심 불만이었다. 한 주차 관리 노동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자리를 뜰 수 없어 깡통에 소변 볼 정도”인 상황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리자는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마빡에 ‘노조’라고 써 있네” 하는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2월 25일 경고 파업, 3월 3일 하루 동시 파업을 벌였다. 이후 매일 학내에서 투쟁 조끼를 입고 학생들에게 투쟁을 알리는 홍보전과 중식 집회를 열었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토요일 근무를 축소하자 20만 원가량의 임금 손실을 보게 된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은 3일부터 열흘간 본관 점거 농성과 파업을 벌였다. 경희대 노동자들은 “우리도 고려대처럼 싸우자”며 고려대 노동자들의 투쟁에 고무돼 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에 나서자, 학생들과 대학 직원들의 뜨거운 연대도 잇따랐다. 대학 당국들은 이번에도 ‘등록금을 동결해서 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며 전형적 이간질을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등록금 대폭 올릴 때 우리 임금 그렇게 올렸냐!”며 일침을 놨고, 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하자마자 학생 단체 54곳이 공동 지지 성명을 냈다.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한 본관은 학생들과 연대 단체들의 지지 메시지와 대자보로 도배됐다. 이틀 만에 고려대 학생들 4천5백 명이 청소 노동자 투쟁 지지 서명을 했다. 경희대 분회장의 말처럼 “학생과 노동자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학교에 맞서] 같이 싸웠다.” 또, 경희대 대학노조 위원장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에 연대하러 와서 “직고용돼 한 노조 안에서 함께 싸우자”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런 힘으로 ‘임금 동결’만 외치던 경희대 당국을 무릎 꿇리자, 그동안 서로 눈치 보며 버티던 대학들도 하나둘 교섭에 나서기 시작했다.
무노동 무임금
그러나 여전히 경희대보다 더 낮은 임금을 주고 있던 대학(카이스트, 한예종, 광운대, 서강대 등)과 고대병원은 “우리는 5천7백 원 주던 사업장과 좀 다르다”며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또, 고려대를 비롯해 일부 대학 당국은 임금 타결과는 별도로 “이번엔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적용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투쟁을 이끈 지부장에게 고소·고발 협박도 하며, 어떻게든 투쟁했던 노동자들에게 보복하고 싶어 한다.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는 특히 올해 ‘해마다 임금 올려 달라고 떼쓰는 것을 참지 않겠다’ 하며 강경하게 나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려는 것과 관련 있다. 지배자들은 연초 청소 노동자들의 승리가 혹여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까 봐 우려했을 것이다. 그간에도 3월의 청소 노동자 투쟁은 그해 임금 인상 투쟁의 출발점이었다.
대학 당국 역시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구조조정이나 등록금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과 교직원 노동자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또, 그간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부려먹었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해 가파른 임금 인상을 쟁취해서 이제는 최저임금을 훌쩍 넘어서는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대학 당국의 양보 여지를 줄였을 것이다.
사측의 이런 강경함에도 분명 올해도 청소 노동자 투쟁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집단 교섭과 투쟁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상향평준화 하는 좋은 효과를 내 왔다. 여러 대학이 동시에 점거 파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집단 교섭·투쟁의 효과를 더 높인다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대학에 더 큰 압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희대 사례처럼 해당 대학 직원 노조의 연대도 큰 힘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파업을 벌인 경희대 청소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분회 조직력이 좋아졌다”, “파업을 통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내 마음이 불화로처럼 뜨겁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하고 말했다.
이처럼 파업 투쟁은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을 성장시켜, 대학 간 불균등을 극복하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데도 좋은 구실을 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계속 대학이 강경하게 버티면 2단계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14개 대학의 노동자들이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때까지 연대와 지지를 이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