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임금 강탈 법제화한 퇴직금 출국 후 수령 제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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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이주노동자들은 1년 이상 한 작업장에서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본국에 돌아가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일명 ‘퇴직금 출국 후 수령 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김학용은 ‘불법체류자 급증’을 막아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고용허가제법 개악안을 발의했고, 이것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개악안은 근로기준법 등을 정면 위반하는 내용이지만, 한심하게도 이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보인 환노위 의원들은 없었다.
이 개악은 이주노동자 수십만 명의 퇴직금 수급권을 법률로 가로막는 것으로 말 그대로 임금을 강탈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고용노동부는 출국 전 공항에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답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 퇴직금을 보험금(일명 ‘출국만기보험’)으로 적립하는데, 초과근로수당 등은 포함하지 않고 기본급 기준으로 최저액만 납입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어 실제 받아야 할 퇴직금의 70퍼센트 정도만 받곤 한다. 차액은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사용자들은 보험금을 제대로 납입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출국 전 공항 심사대에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본국의 금융시스템이 미비하거나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일단 출국을 하고 나면 퇴직금을 제대로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국내 퇴직금을 모아서 ‘귀국 후 정착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고 있다.
정치인들과 정부는 제3세계 출신 노동자들은 함부로 취급해도 된다는 인종차별을 버젓이 법률로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출신국 정부들로 하여금 자국 노동자들이 한국에 미등록 체류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와 자국 정부 모두에게서 큰 고통을 받게 됐다.
정부 탓
이번에 개악안을 제출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 체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문제 삼았다. 2010년 6월 6.8퍼센트였던 미등록 체류율이 2013년 7월 말 현재 17.1퍼센트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정부 탓이다.
2009년 이명박이 직접 나서 이주노동자들의 알량한 임금조차 삭감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미등록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오래 체류해야 할 처지가 됐다.
또, 극히 제한된 작업장 변경조차 더 어렵게 만들어 사실상 직장 변경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해 뛰쳐나와 체류 자격을 상실한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정부는 값싼 이주 노동력 공급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기간을 4년 10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수요는 날로 늘어나지만, 이들이 숙련도가 높아지고 한국 생활에 적응해 더 높은 임금과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또, 이런 단기 순환 정책은 제3세계 출신 이민자들의 정주(定住)를 기어코 막아야 한다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깔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미등록 체류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 전체 이주노동자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이런 위선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제도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권리 침해와 차별이 횡행하게 되면, 이는 노동자 전체의 이익에도 해롭다. 언제든 이들을 속죄양 삼아 공격하고 이를 이용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퇴직금이 떼이게 된 사실이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 공동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섰고 한국의 이주 운동 단체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이 법 조항의 개정안도 발의했다.
4월 27일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는 이 항의 운동을 알리는 첫 행동이 될 것이다. 이 항의 운동에 적극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