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한국인 노동자, 이주노동자가 힘을 합쳐 투쟁하면 노동자가 주인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노동자 연대〉 구독
4월 27일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철회! 100만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하는 2014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경기이주공대위,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주최로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이주노동자들은 평일에 쉬지 못해 메이데이가 평일인 해에는 메이데이 전 일요일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어 왔다.
이날 집회에는 캄보디아, 베트남, 버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부르키나파소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과 한국 연대 단체 등 약 6백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또 새누리당 사무총장 홍문종이 이사장인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노예노동’과 다름없는 처우를 받다가 지난 2월 항의행동을 벌여 승리한 부르키나파소 이주노동자들이 연대 공연을 펼쳐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7월부터 시행될 퇴직금 출국 후 수령 제도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에서 “퇴직금, 퇴직금!” “돌려줘, 돌려줘!”를 외치고 이 제도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진행했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서울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하며 이 제도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퇴직금은 우리 돈인데 왜 못 받나?”
이주노동자들의 분노가 이토록 큰 것은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가 이주노동자 임금 강탈을 법제화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제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체류기간 동안 직장을 옮겨도 출국할 때까지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사실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의 폭로대로 “정상적으로 근무해도 안 주고, [초과근로수당 등은 빼고] 기본급에 한해 퇴직금을 계산하고, 임금에서 떼어 놨다가 퇴직금을 주고, 이를 따지면 두들겨 맞고 쫓겨나는 사례”가 흔하다. 따라서 일단 출국하고 나면 퇴직금을 제대로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정부는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졌던 알량한 작업장 이동의 자유(3회 이내)마저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를 2012년부터 시행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퇴직금마저 본국에 돌아가야 받도록 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작업장을 옮기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고 그들의 처지 역시 악화할 것이다.
연단에 선 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는 “지금도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본국에 돌아가서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왜 [퇴직금 못 받는 실태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이런 법을 만들었나? 본국 가면 누구한테 달라고 해야 하는가? 못 받으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 한국 정부는 점점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직장을 바꿔도 출국할 때까지 퇴직금을 못 받는다. 우리 돈인데 왜 못 받나? 한국에서 일했으면 퇴직금도 한국에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기간에는 월급이 없다. 퇴직금 없으면 이 기간 동안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인가?” 하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도 “직장을 옮기려는데 3개월 동안 연락 온 곳이 없다. 그래서 살 곳도 없고, 돈도 없고, 집은 비싸서 살 수 없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한 버마 노동자의 발언은 참가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는 “4개월 전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했는데 첫 공장에서 3개월간 월급을 못 받아 퇴사했다. 부모와 가족을 남겨두고 오기 힘들었지만 꿈을 갖고 한국에 왔다. 그런데 임금을 못 받아 꿈도 깨지고 고향에 있는 가족의 생계도 걱정된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또, “노동부에 신고하고 퇴사했는데 아직도 임금을 못 받았다. 새 일자리도 못 구했다. 다음 사장도 이럴까 두렵다. 이런 사업주를 혼내달라”며 북받치는 감정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해, 참가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국 정부에게 말하고 싶다. 이주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이고 똑같은 권리가 있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인종차별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퇴직금은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퇴직하면 14일 내에 받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에게는 그렇게 못한다고 한국 정부는 말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에도 정면 배치된다. 이뿐 아니라 이 제도는 제3세계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함부로 취급해도 된다는 인종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를 발의한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는 ‘불법체류자 급증’을 막아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내세운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사업주들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고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
최근 정부는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뿐 아니라 야만적인 단속추방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생체정보를 수집해 관련 정부기관들이 쉽게 열람하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인종차별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을 강화해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는 이런 공격의 연장선 상에 있다.
정부가 인종차별적인 이주노동자 정책들을 강화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아 공격하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횡행하게 되면 전체 노동계급에게도 해롭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단결, 투쟁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국적과 인종과 언어는 달라도 우리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힘을 합쳐 투쟁하면 노동자가 주인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도 “함께 싸운다면 죽음을 부르는 체제를 바꾸고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단결하고 민주노총이 연대해서 직장이동의 자유 쟁취하고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 막자”고 발언했다.
단결과 연대로 인종차별적인 이주민 정책에 맞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