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과대 포장된 경제 회복과 중국 성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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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최근 보도되는 세계경제 관련 뉴스들은 대부분 마술사들의 눈속임이라고 보면 딱 맞다. 물론 선진국들의 경제가 2008~09년의 대불황에서 빠져나와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있다.
그런데 언론들은 그런 증거들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주식 거래 활성화 얘기와 버무려 크게 부풀린다. 그런 얘기가 영국에 관한 것일 때 우리는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보수 언론이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 소속의 현재 영국 총리]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한 걸음 물러나 뉴스를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대불황의 절정이 이미 5년이 지난 2009년 봄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위기들에 견줘 지금의 회복이 매우 더디다는 뜻이다.
보통, 경기후퇴 뒤에는 급격한 성장이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원상 복구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아티프 미언과 아미르 수피라는 주류 경제학자 두 명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들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 왜 이렇게 약한 것인지 당혹스러워 했다.
“지난 2년 동안 GDP가 꾸준히 회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경제 위기와 비교할 때, 대불황 이후의 회복은 참담해 보인다. 심지어 위기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5월 초에 미국에 관한 좋은 소식(그러나 뒷맛이 씁쓸한 소식)이 하나 있었다. 4월에 미국 비농업 부분에서 일자리 16만 3천 개가 새로 생겨났고, 실업률이 6.3퍼센트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 요인 중 하나가 사람들이 노동시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62.8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에서 지금까지는 비교적 낮았던 장기 실업이 급격히 늘어난 현실을 보여 준다.
영국 경제의 규모는 여전히 2008년 위기 전보다 작다. 유로존의 성장은 계속 꽁꽁 얼어붙어 있고, 여기에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나 마틴 울프 같은 주요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선진국 경제가 “1백 년에 한 번 올 불황”에 빠져 있다고 경고한다.
예측
그러나 혹시 서쪽에서 해가 지는 동안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5월 초에는 또 다른 경제대국을 둘러싼 소식도 나왔는데, 이것은 더 큰 눈속임 같다. 바로 올해 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 예측은 경제 통계에서는 한가락 하는 기구인 세계은행(WB)이 발표한 것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전 세계 빈곤이 크게 줄었다는 세계은행의 계산은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계은행은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중국의 국민소득을 계산해 이번 예측을 내놓았다. 구매력평가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해, 곧 생계비 차이를 고려해 각국 경제의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부국에서보다 빈국에서 임금 수준이 더 낮으므로,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북반구 나라들에 견줘 남반구 나라들의 경제 규모가 더 커진다.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한 통계는 흔히 부정확한 자료를 기초로 한다고 비판을 받는다. 또한 부국과 빈국에서 판매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사용가치(칼 마르크스의 용어로)를 서로 비교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 난점을 제쳐 두더라도, 중국이 미국보다 인구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봐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자밀 앤더리니는 핵심 쟁점을 아주 잘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평균 생활수준은 많은 개발도상국 국민의 생활수준보다 훨씬 더 낮다. 서구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과는 비교할 것도 안 된다.
“이번 예측이 나오기 전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보면, 중국의 1인당 GDP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93위를 기록했다. 이것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알바니아를 간신히 앞서고 리비아, 아제르바이잔, 수리남보다 훨씬 뒤쳐지는 수준이다.
“즉,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 국민 13억 6천만 명의 평균 생활수준이 서구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정부는 세계은행의 예측에 크게 언짢아했고, 아마도 국민의 기대 수준이 너무 커질까 봐 걱정했을 것이다. 미국은 불황에 빠져 있을지라도 여전히 최강대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