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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파업:
진짜 사장 삼성에 맞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진짜 사장 이재용이 나와서 우리 문제 해결하라!” 5월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삼성 본관 앞은 전국에서 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농성장으로 변했다. 지난 4월 24일 경총과의 교섭이 결렬된 후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5월 12일~14일에 이어 19~21일, 28일~30일에도 파업을 하고, 서초동 본관 앞에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경남권·부산·양산의 노동자들은 5월 동안 전면 파업을 결의했다. 폐업 센터인 해운대·이천·아산센터의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있는 수원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이재용이 책임져라” 5월 12일 파업을 하고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이미진

10개월간의 투쟁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무노조 신화’에 균열을 내며 삼성에서 최초로 대규모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출범 당시 3백86명이던 조합원은 두 달 만에 1천6백 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은 우리를 개 취급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우리가 더는 시키는 대로 하는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삼성의 심장과 머리를 물어뜯을 겁니다.”

대규모로 노조가 조직되자 삼성은 곧바로 악랄한 보복에 나섰다. 조합원들의 일감을 빼앗고, 3년 전 자료까지 찾아내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조합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특히, 노조 건설과 투쟁에 앞장선 노동자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은 그 결과였다. 이 젊은 노동자는 “전태일님처럼 하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하고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지 못했고, 노동자들의 투지를 꺾지도 못했다. 노동자들은 최종범 열사의 영정 사진을 부둥켜안고 “종범이의 한을 풀자! 열사의 뜻을 이루자! 민주노조 사수하자!” 하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리고 이 투쟁으로 노동자들은 조건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얻어 냈고, 업무차량과 유류비 지급도 따냈다. 사장들이 더는 노동자들을 아침 7시에 불러내 기합을 주거나 ‘자기 비판’을 하게 하는 일 따위를 못하게 했다. 밤 9~10시까지 일하던 노동자들은 당당하게 6시에 퇴근하고, 점심시간도 보장받았다. 통영센터의 노동자들은 그동안 떼인 임금 2천6백만 원을 돌려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은 올해 1월부터 쟁의권을 얻어 생애 최초로 파업에 나섰다. 처음 부산·경남에서 시작한 파업은 들불처럼 번지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2월 5일에는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노동자들의 투지와 사기는 매우 높았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요구를 악의적으로 무시하던 사측은 이런 압력에 밀려 교섭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3월과 4월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과의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됐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중에도 센터를 폐업하는 등 탄압을 지속했다. 또, 건당수수료에서 기본급과 변동급을 혼용한 임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제시했을 뿐이다.

다시, 파업에 나서다

교섭 결렬 이후 노동자들은 “이제 전면전밖에 없다”며 다시 투쟁에 나섰다.

오랜 투쟁으로 조합원 대부분이 생계 곤란을 겪고 있고, 일부 조합원들의 지적대로 “4월 동안 교섭에 치중하느라 투쟁을 거의 배치하지 않아 분위기가 이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5월 다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현재 정세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와 자본가들이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다. 노동계급 아이들을 홀대하고 돈벌이에 눈이 먼 체제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삼성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한 것에서 보듯이, 삼성은 경영권 3대 세습을 대비해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싶어 한다.

5월 12~14일 파업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서울 상경 농성을 마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전국에서 모여 투쟁하니까 힘도 받고 활력도 얻었다.” “힘들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 동지들을 보니 투쟁 의지가 생긴다.”

또, 농성 이후 일부 조합원들은 다른 권역도 경남권·부산·양산 노동자들처럼 전면 파업에 나서 “힘을 집중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한편 노동자들은 파업 효과에 대한 고민도 깊다. 무엇보다 삼성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 효과를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면, 이럴 때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는 게 필요하다. 피켓팅과 작업장 점거는 대체인력에 의한 조업을 막고 파업의 효과를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삼성전자서비스도 내근 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이런 전술이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이런 전술이 성공하려면 전국적으로 잘 조율되고 조직돼야 하며,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단체들이 실질적인 연대를 구축해 이를 방어해야 할 것이다.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동안 온갖 악행을 저질러온 삼성에 맞선 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운동이 어쩌면 다시는 접할 수 없는 ‘대(對)삼성 투쟁’의 절체절명의 계기”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투쟁이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투쟁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노조 설립에 좋은 자극을 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그동안 금속노조가 수차례 집회를 열고 여러 지원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산하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데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과 학생들도 이 투쟁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투쟁 기금 모금에 동참하는 것은 좋은 출발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피켓[팻말] 제작 비용이 없어서 매직으로 피켓을 만들고, 상경하는 조합원들에게 밥을 먹일 돈도 부족”할 정도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승리하도록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기금 후원 계좌:

754-20-083257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최경환(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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