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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법의학 권위자 이윤성의 문제적 발언에 대해:
남자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게 진화의 결과라고?

법의학 권위자인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위촉식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발언은 크게 세 가지다. 1) “성폭행은 100% 남성들이 한다. 그 이유는 남자들은 씨를 뿌려 거기에서 건강하고 대를 이을 자손이 필요해서다.” 2) “여자는 남자에게 나를 잘 보호해줄 수 있는가, 양육해줄 수 있는가,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가의 생식전략을 갖고 있다. 그래서 10대에는 시선을 끄는 연예인을 좋아하지만 성숙되어지면 시아버지가 빵빵한가를 본다.” 3) “길거리에 돈이 있으면 집어 가는 사람이 있듯 여자들이 야한 옷을 입고 다니면 성폭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한겨레〉가 잘 지적했듯이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적어도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들을 앞에 놓고 할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왜곡된 성 인식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한 진화심리학에 나온 얘기다. 수치심을 느꼈다면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은 본래의 발언만큼이나 큰 문제가 있다.

우선 1)과 2)의 발언은 그의 해명대로 진화심리학에 기댄 얘기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수백만 년 전 여성의 성적 의도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했던 남성들이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고 본다. 이들이 여성의 성적 의도를 있는 그대로 추론했던 남성들보다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과연 이게 “팩트”인가? 이것이 “팩트”가 되려면 이런 심리 혹은 ‘본성’이 유전적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그렇기 때문에 진화심리학자들은 모듈과 같은 특정 유전적 장치를 “가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장치들 역시 입증된 바 없다.)

3)의 발언은 진화심리학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다. 이는 전형적인 ‘강간통념(rape myth)’이다. 즉, 사실과는 다른 그릇된 편견으로 성폭행 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다. 여성의 옷차림과 성폭력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객관적 결과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강간통념이 성폭력을 합리화시켜 범죄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설령 상관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인과관계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에서 잘 드러났듯이 이러한 강간통념은 1차 성폭력은 물론, 2차 가해를 가중시키는 구실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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