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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통제에 맞서 파업에 돌입한 KBS 노동자들

“청와대의 노예로, 관제 사장의 머슴으로 살던 우리가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KBS 노동자들이 “청와대의 하수인”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보도 통제를 더는 참지 않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5월 28일 KBS 이사회에서 처리하기로 예정됐던 길환영 사장 해임안은 6월 5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와 KBS노동조합(‘1노조’)은 29일부터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청와대의 하수인 길환영은 퇴진하라” 5월 29일 언론노조 KBS본부·KBS노동조합 공동 파업 출정식 ⓒ조승진

두 노조가 공동 파업에 나선 것은 2009년 노조 분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길환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어찌나 컸던지 파업 찬반 투표에서 새노조의 파업 찬성률은 94.3퍼센트, 1노조의 파업찬성률은 83.1퍼센트를 기록했다. 새노조가 1천2백여 명, 1노조는 2천6백여 명으로, 전체 KBS 노동자의 80퍼센트가 넘는 인원이 일손을 놓은 것이다.

파업에 앞서 기자협회는 열흘 넘게 제작 거부를 벌였고, PD협회도 두 차례 제작 거부를 한 바 있다. 보직간부 3백여 명도 줄줄이 사퇴했다.

제작 거부의 효과로 이미 9시 뉴스는 방영 시간이 줄고, “연합뉴스에 자막을 입히는 수준”으로 방영되고 있다. 파업이 시작되며 〈추적 60분〉이 결방되는 등 제작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드라마 일부도 제작이 중단됐다. 파업이 길어지면 파업 효과는 더 두드러질 것이다.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일부에서는 ‘MBC처럼 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2012년 MBC 노조는 유례없는 장기간 파업(1백70일)을 벌이며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야가 김재철 사장 퇴진을 합의할 것이라며, 불확실한 전망 속에 그해 7월 복귀했다. 이후 징계와 해고가 이어졌다.

이듬해 3월이 돼서야 김재철이 해임됐지만, 김재철 사장 시절 본부장이었던 ‘공범’ 안광한이 사장 자리에 앉았다. MBC 사측은 여전히 악랄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KBS 두 노조는 길환영이 퇴진할 때까지 단호하게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강력한 투쟁으로 길환영이 물러나야 박근혜가 쉽사리 제2의 길환영을 앉히려 들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아야 파업 이후에도 사측의 현장 통제 강화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파업 대체 인력 투입 시도 저지도 중요하다. MBC 사측이 대체인력으로 시용기자(경력기자)를 채용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 했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언론노조도 실질적으로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불리하지 않다. 길환영의 배후세력인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중의 거센 불만에 직면해 있다. 국무총리로 점찍은 안대희가 돌연 자진 사퇴한 데다가, 지방선거 전망도 불안하다. 따라서 파업의 기세가 높은 지금 단호하게 파업을 유지하며 파업 효과를 높여 나가야 한다. 동시에, 파업을 향한 사회적 지지를 실질적으로 모아야 한다.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MBC를 비롯해 온갖 통제와 탄압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언론 노동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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