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염호석 열사 정신 계승! 삼성자본 규탄! 민주노조 사수!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이종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 활동가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다.
저희가 지금부터 딱 7년 전인 2007년도에, 속초에서 택시 운전을 하신다던 황유미 씨 아버님을 처음 뵀을 때, 아버님께서 들려 주신 그 말씀과 정신을 담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때 황유미 씨 아버님께서 그랬습니다.
"내 딸이 고3때 삼성 반도체 공장에 입사했는데, 겨우 2년만에 백혈병에 걸려 돌아왔다. 내 딸과 같이 화학 공정을 했던 이숙경 씨도 백혈병에 걸렸다. 그런데도 삼성은 산재가 아니라며 돈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안전하게 조치했다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죽진 않았을 것이다."
백 번 옳은 말씀입니다.
당시 2명의 백혈병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반올림을 만들고, 지금껏 활동하면서 사실 지나온 세월이 너무나 끔찍하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단지 황유미 씨와 이숙경 씨 두 명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삼성이 감시해 온 너무 많은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겨우 23살에 암에 걸려 숨져간 노동자들이 정말 너무나 많았습니다. 백혈병뿐만 아니라, 뇌종양, 루게릭, 흑색종 등 듣도 보도 못한 희귀 질환이 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넘쳐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정부 어땠습니까? 삼성이라고 눈치 보며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안 했습니다. 숨죽여 온 피해자들이 삼성 눈치 보며 저희에게 제보해 왔는데, 그 숫자가 지금은 2백 명이 넘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7년만에 처음으로 사과를 한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 중에 웃는 사람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죽어갔는데, 사과 한 번 안 하던 삼성이 사과한다니. 또 다른 꼼수가 기다리지 않을까 긴장했습니다.
그저께 교섭 자리가 열렸습니다. 삼성전자의 이인용 사장이 나왔습니다.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계속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사과 몇 마디 듣는다고,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죽어간 많은 어린 노동자들, 그 고통의 세월 동안 눈물 흘린 피해자 가족들… 지금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하지 않으면서 생산성만을 위해서, 이윤만을 위해서 탐욕스럽게 생산하고, 노조도 인정하지 않는 삼성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반올림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고맙습니다. 동지들이 처음 노조 만들었을 때 저희도 다 같이 가서 보고 다 같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이 삼성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외쳐 왔고, 그 오랜 시간 기다려 왔는데, 이제 자랑스런 민주노조 깃발이 만들어졌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많이 기뻤고, 많이 울었고, 동지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안타깝게도 예고한 듯이 삼성의 악랄한 탄압이 있었고, 노조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2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지도부 3명이 구속됐습니다. 더는 이런 탄압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지들, 한 분, 한 분 너무 소중하니까 건강 잘 챙기십시오. 그리고 이 싸움 꼭 승리해서 삼성 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도 책임져 주시는 그런 동지들이 돼 주시길 감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