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는 알바나 다름 없는 저질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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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5백91만 1천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9천 명 늘어났다. 이 중 15만 9천 명이 시간제 일자리다.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가 비정규직 규모를 늘리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한 것이다.
전체 시간제 노동자 수는 1백91만 7천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양산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저질 일자리임도 확인됐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67만 1천 원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2백60만 1천 원)의 4분의 1 수준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1백45만 9천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편, 시간제 노동자 중에서도 초단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이들은 매우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실태와 법·제도적 보호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이런 현실을 고발했다.
초단시간 노동의 대표 사례는 초등 돌봄교실 교사들이다. 이들은 실제 일하는 시간이 주 15시간이 훌쩍 넘는데도 15시간 미만 계약을 강요받고 있다. 15시간 미만 노동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퇴직금 지급이나 무기계약 전환 의무를 회피하려고 이런다.
사용자들은 주당 노동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하려고 온갖 수법을 동원한다. 출근시간을 10분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10분 앞당기는 이른바 ‘10분 근로계약서’가 악명높다. 이중 계약(평일용 근로계약서와 토요일용 근로계약서를 각각 작성하기), 일자리 쪼개기(요일마다 다른 돌봄 교사를 고용하기) 등도 이뤄졌다.
당연히 임금은 형편 없는 수준이다. 학교에서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돌봄교실 노동자의 경우 65만 원, 배식 노동자의 경우 26만 원이다. 웬만한 아르바이트 벌이보다도 못한 것이다.
초단시간, 초초단시간 …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초등 돌봄교사 수는 2013년에 1천1백71명에서 2014년에 약 3천2백 명으로 폭증했다(2백73퍼센트). 지난 1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초등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신규 일자리를 초단시간 일자리로 채운 것이다.
정부가 70퍼센트 고용률을 달성하겠다며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대폭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말은 완전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최근 정부는 ‘초유연 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가 4~6시간 일자리라면 ‘초유연 근로’는 1~2시간짜리 일자리다. 일이 필요할 때만 동원돼 일한다고 해서 ‘호출형 근로’라고도 불린다. 그야말로 ‘초초초초단시간’ 일자리이고 이름을 뭐라고 붙이든 그냥 ‘알바’다.
이렇게 ‘일자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저질 ‘알바’ 자리나 양성하겠다는 게 ‘고용률 70퍼센트 달성’을 말하는 박근혜 정부 고용 정책의 실체다.
권리 보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제 노동자들에게도 각종 복지 혜택과 수당을 지급하고, 전일제 일자리로 전환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례보호 원칙의 보완을 통해 여러 복지 혜택과 수당 지급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해도, 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더 적게 받고 승진은 더 늦게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경험을 보면, 아무리 시간제 일자리 보호 규정이 있어도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 층의 대규모 양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처지를 하향 평준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향 평준화
따라서 시간제, 초단시간 일자리 도입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해 전일제 일자리를 확충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현재 시간제 노동자들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간제 노동자들뿐 아니라 시간제 일자리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조직 노동자들이 함께 시간제 일자리 도입에 반대해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