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역 철도 노동자 사망 ― 인력감축이 낳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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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경기도 오봉역에서 수송업무를 하던 철도 노동자 차석호 씨가 ‘입환’ 업무 도중에 열차 사이에 끼어 숨지는 비극적 사고가 일어났다.
입환 작업은 한 량에 40톤이 넘는 열차 사이에 들어가 열차를 붙였다 뗐다 하는 일이다. 그래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이번처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수송원 노동자들은 이 작업이 “두 시간만 해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고된 일”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차석호 씨는 사고 당일 30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일했다. 이는 근로기준법도 위반한 초장시간 노동이다.
수송원 노동자들이 이런 끔찍한 조건에 내몰린 이유는 바로 극심한 인력 부족 때문이다. 신규사업이 늘어났는데도 2005년 3만 1천여 명이던 인력은 오히려 2013년 2만 8천여 명으로 줄었다. 해마다 수백 명 넘게 퇴직해도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다.
고(故) 차석호 씨가 속한 역무직 업무는 특히 사측의 공격이 극심했다. 철도공사는 역 운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2007~11년에 노동자 2천8백여 명을 줄였다. 이런 구조조정은 계속돼, 2012년에는 역 2백18곳이 무인화됐다. 이는 전체 역의 33퍼센트나 된다. 역 폐쇄도 잇따랐다.
오봉역과 같은 화물역들은 ‘거점화’로 인력 감축과 전환배치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부쩍 높아졌다. 게다가 최근 철도공사가 화물열차 출발검수 업무까지 가중시켜 일이 더 고돼졌다. 사측은 차량정비 인력을 줄이려고 이 업무를 수송원들에게 떠넘겼다. 고인은 이 때문에 ‘일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수익성만을 위해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인력 감축, 노동강도 강화, 구조조정에 있다. 이런 구조조정을 막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철도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맞서 저항해 왔다. 이 덕분에 사측의 공격을 완화시키거나 지연시킬 수 있었다.
올해 3월 서울차량 노동자들이 화물열차 출발검수 이관에 반대해 싸운 것도 그 투쟁의 일부다. 당시 노동자들은 출발검수 이관의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그 말이 1백 퍼센트 옳았다. 실제 이 조처 이후 열차 고장도 급증했다.
하현아 서울차량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사측은 ‘차량 정비 인력이 줄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예상되는 명백한 위험을 외면했다. 그리고 지금 정당한 투쟁을 벌인 조합원들을 해고하겠다며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는 최근 “안전관리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까지 탄압하는 철도공사는 안전을 말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의 공기업 ‘정상화’가 철도 안전을 위협한다
철도 현장 곳곳에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측은 기관사들의 격렬한 저항을 무릅쓰고 중앙선 1인 승무를 강행했다. 이제는 화물열차에서마저 1인 승무를 추진하고 있다. 16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 절반을 차지하는데도, 철도공사는 정비 주기를 대폭 늘리고 있다. 심지어 정비를 생략하라는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 역 무인화와 외주화도 더 늘리려 한다.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사측은 7월에 또다시 강제전출도 추진하려 한다. 기관사들의 경우 1백 명이라는 규모까지 제시됐다. 오랫동안 일한 베테랑 노동자들을 타지로 몰아 ‘초짜’로 강등시키는 강제전출 역시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4월에 강제전출된 노동자들은 달라진 환경과 노동조건 속에서 숙련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만에 박근혜는 다시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공기업 ‘정상화’ 추진 실적을 달성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는 공공서비스를 축소시켜 철도 안전을 위협한다. 그리고 그 ‘정상화’의 종착지는 바로 민영화다.
따라서 철도 노동자들이 이런 위험한 질주를 막기 위해 부단히 투쟁하는 것은 정당하다. 다가오는 7월 강제전출과 각 직종에서 벌어질 구조조정에 맞서 다시금 단결해 싸울 태세를 갖추자.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와 우리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