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정부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경찰 20개 중대 2천여 명, 한국전력 직원과 밀양시 공무원 2백50여 명이 동원됐다.
얼마 전 차디찬 바닷속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정부가 또다시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고령의 밀양 주민들이 저항할 수단이라곤 맨 몸뚱아리뿐이었다. 이들은 목에 쇠사슬을 걸고 “날 죽이고 가라”고 절규했다.
경찰은 커터 칼로 움막을 찢고, 절단기를 동원해 알몸의 노인들을 밀어냈다. 몸부림치던 주민들과 수녀들이 사지가 들려 질질 끌려 나왔다. 쓰러지고, 울부짖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했고, 두 명이 연행됐다.
이 끔찍한 야만과 폭력의 배후에는 핵발전소를 늘리려는 한국 지배자들의 야욕이 자리잡고 있다. ‘평생 살던 곳에서 살고 싶다’는 밀양 할매·할배들의 소박한 꿈은 지배자들의 야욕 앞에 철저히 짓밟혔다.
그래서 밀양 주민들은 ‘국가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고 울부짖었다. 지금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며 던진 바로 그 물음을 밀양을 보면서도 떠올릴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전력 측은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 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전력 부사장 변준연은 신고리 3호기와 송전탑 건설이 핵발전소 수출과 관련 있음을 실토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핵발전소를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 모델”이 됐기 때문에,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지연된 기간만큼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핵발전소 건설은 밀양 주민들한테 삶의 터전만 앗아간 게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보여 주듯, 핵발전은 이 땅에 사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정부가 신고리 핵발전소 증설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이런 폭력과 재앙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증설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의료 민영화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세월호 참사로 잠시 지체된 일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 “국가 개조”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너무나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노동자·민중의 삶과 안전이 또다시 이윤 체제의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